스타크래프트. 참 오래된 게임이다. 그만큼 추억이 아련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다. 보자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니까 아마 2001년이겠다. 그 당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스타를 접했는데, 그게 컴퓨터 출장 업체에서 오신 분이 컴퓨터를 설치해 주면서 컴퓨터에 몇 가지 게임을 깔아주고 가셨는데 그게 스타였다.
(지금 생각하면 CD 게임인 스타를 어떻게 깔아주시고 간 건지 아직 모르겠다. 분명 CD를 산 건 아니었는데 그후 브르드워CD는 돈주고 샀다)
그걸로 배틀렛에서 사람과 경기를 한 것은 아니고, 오리지널 캠페인과 컴퓨터와의 대결을 주로 했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인 1학년이 뭘 알겠는가.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온통 영어로만 되어 있으니 이게 뭔지, 저게 뭔지 어떻게 하다 보니 유닛은 뽑았는데 뭘 해야 할지도 제대로 몰랐다.
그저 알록달록한 유닛들 보는 맛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꿉놀이하는 게 더 재밌었고, 나름 검도 도장도 다니고 TV 애니메이션 보는 게 더 좋아서 즐기진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었을 때인가 한창 스타가 유행되었다. 나는 잘 몰랐지만 2살 위인 형이 맨날 컴퓨터를 붙잡고 스타를 하는 것을 보니, 옆에서 구경하던 나도 "아~ 재밌겠다." 하면서 쳐다봤다.
그러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음에도 맨날 게임을 하겠다고 컴퓨터를 두고 싸우는 형제를 보고 부모님이 컴퓨터 한 대를 더 얻어오셨다. 비록 새 컴퓨터는 형의 차지였지만, 사양이 좋지 않더라도 나의 컴퓨터가 한 대 생긴 것에 기뻐하며 게임에 빠졌다.
던전앤파이터, 일렌시아, 바람의나라, 알투비트, 오투잼,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스톤에이지, 닥세월드, 다크세이버, 어둠의 전설, 열혈강호, 귀혼, 군주, 타임앤테일즈 등등 하나하나 나열하면 끝도 없을 정도로 많이 했는데 스타도 그중 하나였다.
(아직 기억에 남는 게, 게임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할 때 14세 이상만 가능해서 부모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그 번호로 아이디를 만들어서 게임을 했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 말고도 CD게임을 많이 했는데 그 중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랑 쿠킵샵이 기억에 남는다. 아! 심즈도 했다)
하지만 혼자 하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형이랑 하는 것도 몇 번이지 계속하면 지겨웠고, 막상 모르는 사람이랑 하면은 이기든 지든 별 감흥이 없어 그만뒀다.
중학교에 들어와서야 몇몇 잘 맞는 친구들이 생겨 자주 PC방을 다녔는데, 그때도 스타는 자주 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번씩 하는 정도, 1대1은 너무 잘하는 친구가 있어서 안 하고, 2대2를 많이 했다. 복식 경기인 만큼 변수도 많기 때문에 그게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 스타리그를 자주 찾아봤지 싶다. 온게임넷도 그때 접했고, 프로들의 컨트롤은 우리와는 완전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막상 하는 것은 싫은데 보는 것은 좋아했다. 그만큼 프로들의 플레이는 화려하고 엄청났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부터 이윤열, 박정석, 박성준, 이제동, 김택용, 도재욱, 최연성, 박지호, 이영호, 이성은 등 스타리그의 팀까지도 외우고 그 팀의 멤버 전부를 외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큰 활약을 했던 선수만큼은 다 기억한다.
(임요환이 공군에 가서 개임팀을 만든 것은 참으로 놀랍다. 일개 개인이 군부대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대단하지 않은가. 비록 공군 ACE의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의 인기도 계속 유지되지는 않았고, 워크레프트로 갈아탔다. 워크의 경우에는 밀리 경기보다 유즈맵이 더욱 인기였다. 파오캐가 대표적이다. 이 말고도 워크는 유즈맵이 많이 만들어져서 배틀쉽이나, 카오스 등의 고퀼리티 컨트롤 싸움을 많이 했다.
3대3으로 팀을 맺어 카오스를 하면 맵상에 존재하는 많은 영웅 캐릭터들과 아이템을 활용해서 전투를 벌이는데 그게 또 그렇게 재밌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스타가 잊힌 건 아니고, 고등학생이 돼서도 친구들과 친구 집에 모여서 티비를 볼 때 치킨을 시켜놓고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이나 올스타전을 같이 관람했다.
(어느 팀이 이길지 내기를 걸어, 진 사람이 피시방비 내기를 했던 거 같은데 이것도 나름 도박인가)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그 사건은 치명적이어서 안 그래도 화려하고, 다양한 콘텐츠의 게임들이 출시되는 과정에 고전 게임에 속하는 스타는 문을 내리게 됐다.
나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고, 언제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게임일 것이다.
(이별이 아름답지 못한 것 같아 못내 더 아쉽다)
디아블로나 리그오브레전드, 도타 등의 차세대의 떠오르는 게임에 밀릴 수밖에 없으리. 그래도 나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게임이기에 아쉬운 맘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금년 리마스터가 되어 스타크래프트가 돌아왔다. 아프리카TV에서 주최하는 리그도 진행되고, 그 시절의 프로 선수들이 돌아와 경기를 펼친다. 그만큼 스타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 시절 스타를 경험했던 모든 이들이 아쉬워했던 모양이다. 지금 취업준비나 학업에 지칠 때 친구와 카톡으로 약속을 잡고 스타를 한판씩 하고 있다. 비록 무척이나 느린 손이라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할 지경이지만, 그래도 이겼을 때가 짜릿함이 있다.
리마스터 스타크래프트는 또 언제 문을 내릴지 모르겠으나, 내 마음속에는 영원할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을 같이 해준 친구 같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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