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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0. 25 다이어리

by blank_in2 2017. 10. 25.

 초등학생 때 부 터 다이어리는 유행이었다. 동네 문방구에서는 알록달록하게 장식된 다이어리를 팔았고, 가격은 3천 원에서 1만 원까지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한참 유행에 따랐기 때문에 당연히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비록 비싼 것은 사지 못했지만, 나만의 다이어리가 생긴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처음 사자마자 첫 장을 넘겨 이름을 적고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적는다. 뭔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을 보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고, 친구들과 찍었던 사진이나 가족사진들을 부치고 정성 들여 꾸몄다. 학교에 친구가 스티커 모음을 가져오면 하나만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해서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다이어리에 부치고, 그날의 일들을 매일 매일은 아니었지만 틈나는 대로 적었다.


 그게 나의 첫 일기였던 것 같다.


(물론 자발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다. 학교 숙제나 방학 숙제를 위한 일기는 수없이 많이 썼지만, 그건 일기가 아니라 소설에 가깝다)


 하지만 다이어리의 열풍은 바람처럼 사라졌고,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나의 다이어리 또한 책장에 아마 묻혔으리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일기를 쓰는 일은 없었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놀기 바쁘고, 학원가라 PC 방가랴 가끔 노래방도 가고 집에 오면 항상 밤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씻고 자기 바빴다. 그렇게 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잊혀 가나 싶었는데 20살 이사하면서 내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부모님 큰방에서 발견되었는데, 아마 엄마가 보관해 오셨던 거 같다.


(지금보니 창피하기도 하지만 나름 귀엽다)


 그렇게 대학생에 입학하고 나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인터넷으로 쓰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손글씨가 아닌 화면의 정교화된 글씨를 보자닌 정이 생기지 않아 포기했다. 공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그날의 일기를 썼고,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변화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그날의 일을 기록했다. 일기란 말 그대로 그날의 일을 기록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그게 맞겠다 싶었다.


(물론 아직도 그렇게 쓰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아무 일 없이 집에서 푹 쉬게 된 날에는 뭘 적어야 하나 싶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본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일기를 쓰면 좋은 장점에 대해서 주야장천 얘기를 하는데 별 관심은 없고, 그냥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어떻게 쓸까 해서 찾아봤다.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일기를 기사처럼 하나의 칼럼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었고, 누구는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추고, 주제도 있고 제목도 있었다. 다 자기만의 일기를 쓰고 있었다.


나도 일기를 쓰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는 글을 적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즐거웠던 일이나 잊고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기쁘게 한다. 물론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이 기억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일기는 나를 치유하는 하나의 습관이다. 머리가 뜨겁고, 생각이 복잡할 때 펜을 들고 일기를 쓴다.


(이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도 일기만큼은 배워서 체계적으로 쓰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생각나는 데로 쓰고 십은 것을 쓴다. 물론 그날의 일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추억으로 남기려 일기를 쓸 때도 있고, 갑작스러운 소설이 머릿속에 뭉게뭉게 떠오를 때 대 작가를 꿈꾸며 쓰기도 한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마 계속해서 차곡차곡 쌓여가리라 생각한다. 일기를 왜 공개하느냐고 할 수 있겠는데, 그건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왜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냐면서 화를 내고 하는 TV프로나 만화를 본 것 같은데 아마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물론 나도 숨기고 싶은 일은 가득하지만, 인터넷상의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기에 비공개가 아닌 공개로 글을 쓴다.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글들이 가끔 너무나 부끄러워 삭제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는데 이것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잘 낫기에 예전의 나를 부끄러워하냐 말이다.


아 참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오늘 여소를 받기로 했다. 물론 세 번째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요새 많이 먹고, 운동도 잘 안하고, 알바랑 공부만 하고 있어서 자존감은 많이 바닥난 상태...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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