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 동안 여자 소개를 무려 4번이나 받았다. 그리고 아직 나는 솔로다. 아마 이번 해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낼 듯싶다.
(영화관에서 알바하기 때문에 물론 알바생 동생 친구들이랑 같이 있겠지만, 알바를 마치고 혼자 자취방으로 쓸쓸히 돌아갈 모습이 벌써 그려진다)
10월 한 달 동안이라고 하기도 뭐 하고 사실 2주에 무려 4명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정작 잘 성사된 게 하나도 없으니 나도 참…. 자존감이 떨어지고 비참하다는 기분이 뭔지 조금 알 듯도 하다.
때는 아마 메가박스에서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새벽 12시 반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여자 소개를 받을 생각이 있냐고 묻던 그는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올해 2월에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로 계속 솔로였던 나는 가을바람에 가슴이 콩닥거리던 시기였고, 당연히 오케이를 외쳤다. 아직 말 한마디로 섞어보지 못했는데 친구랑 나는 잘 되면 밥이라도 사라면서 설레발을 아주 크게 치고 있었다.
내가 소개받기로 한 상대는 내 친구 여자친구의 친구의 친구다. 한 마디로 남이다. 내 친구가 아는 사람도 친구 여자친구의 친구도 아니고, 정말로 생판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서로 사진을 주고받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나는 바로 까였다.
(친구가 정말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했지만 힘든 알바를 마치고 일순간 기뻐했던 나는 그대로 나락으로 빠졌다)
애써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면서 웃어넘겼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영화관 알바를 하다 보니 괜스레 옆구리가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영화관을 찾는 주 고객들은 부부이거나 가족, 또는 친구도 있지만 연인 사이의 커플이 제일 많다. 알콩달콩 사랑을 주고받는 커플을 주 5일이나 보고 있으면 딱히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연애를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였나 여자소개를 해준다는 말에 그렇게 기뻐했던 것은. 하지만 그렇게 쉽게 차이니 실망이 컸다. 이게 첫 번째다.
계속해서 미안해하는 친구가 대뜸 이번에 자기 여자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단다. 하…. 참나. 그래서 그냥 알겠다고 받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씻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너무 잠이 안 오더라. 내가 왜이래야겠나 싶기도 하고, 학교도 아직 졸업 못 하고, 취업도 못 했고, 그렇다고 돈도 없고 그런데 여자 소개를 받는 게 가당키나 하나 싶은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새벽에는 감성 충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새벽 4시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냥 여자 소개 안 받겠다고, 그러자 친구는 알겠다 했다. 그런데 잘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친구의 여자친구는 이미 말했단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일방적으로 안 받겠다고 하니 화가 났나보다. 어쩌다 만날 기회가 생겨서 같이 술을 먹으려 했는데 그렇게 끝이다. 아 몰라 이게 두 번째다.
(친구가 변명을 이상하게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가 엉켜서 복잡하게 됐다. 아니 복잡해질게. 뭐 있다고 이런 건지 에라)
세 번째도 이 친구가 소개해 줬다. 참 고마운 친구다. 내 연애를 위해 이렇게나 애써주는 친구가 또 있을까. 암튼 이번에 소개해주는 여자는 자기가 알바하는 곳에서 만난 동생이란다. 외모를 떠나서 정말 잘 웃고 밝고 좋은 애라면서 나에게 소개해줬다.
사실 자기도 이 동생을 알게 된 지 일주일도 안됐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동생이라서 내게 미안한 것도 있고, 소개를 받아보란다.
(이때 내 마음은 그냥 될 대로 되라 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무나 만나보자는 심정이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끝났으니 짜증도 많이 났다)
소개를 받고 카톡을 주고받던 다음날 연락이 끊겼다. 이게 세 번째다. 친구 말로는 자기도 안지 얼마 안 된 동생이고 단기로 일했던 친구라 더 만날 일도 없다고 한다. 내가 이 동생과 연락이 안 된다고 하자 친구도 웃으면서 자기도 잘 안된다며 미안하단다.
이쯤 되면 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내려가 땅속 깊숙이 박혔으리라. 당연히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하지만 세 번이나 까이면 누구나 이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속으로 내가 그렇게 못났나 생각하거나 카톡이 어색한가 생각하기도 하고, 좀 쿨해져야 겠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메가박스 동기 남자애와 같이 술을 먹다가 친구가 내 얘기를 듣더니 자기가 소개를 해주겠다면서 핸드폰으로 두 명의 여자를 보여줬다. 나도 참 쓰레기인 게 사진만 봤는데 괜히 설렜다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그만뒀다. 더 까이면 너무 비참해질 거 같아 받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러운 만남이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 여유가 없다. 돈도 없고 만약 소개받고 잘 됐다 하더라도 과연 내가 잘 이어갈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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