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최신식 전문 장비가 들어섰다지만 라식이나 라섹 등의 수술은 무섭다. 간단한 검진 후 몇 분도 채 되지 않고 끝난다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시력 교정술은 이제 수술이 아니라 시술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그래서 수술을 하긴 무섭고, 그렇다고 안경을 끼고 다니기는 외모나 생활에 불편한 게 있어 집에서는 안경을 착용하고, 외출할 때에는 렌즈를 끼고 다니게 된 게 벌써 5년이다.
고등학교 3학년의 대학 수험생활을 마치고, 렌즈를 처음 껴봤다. 동네 안경점에 들려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렌즈 하나 맞춰달라고 하니 거기 계셨던 직원분이 6개월용 렌즈를 하나 추천해 주셨다. 가격은 5~7만 원 사이였던 것 같은데 6개월이나 사용할 수 있으니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안경점에서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처음 렌즈를 착용했을 때 생각보다 거부감이 없다는 것에 놀랐고, 또 하나는 가게의 문을 열고 나가는데 세상이 이렇게 밝았던 것에 놀랐다.
안경을 평소에 끼고 다녔으면 모를까. 시력이 나빠 안경을 쓰면 눈이 작아 보인다는 말을 듣기 싫어 흐릿하게 보이면서도 굳이 안경을 쓰지 않고 다녔는데, 그게 몇 년이 되니 그렇게 적응해 버렸다.
(왜 그렇게 인상을 쓰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눈이 작아 보인다는 말보단 나았다)
렌즈로 보이는 세상은 정말 밝더라. 저 멀리서 비치는 네온사인의 불빛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였고, 흐릿하지 않고 명확한 세상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고 렌즈를 깨끗이 씻어 넣은 것까지만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렌즈를 착용하는 게 일이 됐다. 렌즈는 처음인지라 눈에 착용하는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한때는 화장실 세면대에 떨어지는 바람에 렌즈 찾는 데에 고생했다.
(화장실 조명이 어두워서인지 더 찾기 어렵더라)
아무튼 렌즈는 착용할 때뿐만 아니라 생활하거나 뺄 때도 일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아침부터 렌즈를 착용하고 대학교에 가서 밤늦게까지 친구랑 놀다 보니 눈이 따갑더라. 그렇다고 렌즈를 갑자기 빼자니 담아놓을 통도 없고, 잘 보이지도 않을 테니 뺄 수 없다. 그리고 집 와서 씻고 자기도 바쁜데 렌즈까지 씻고 통에 잘 넣어줘야 한다. 이게 정말 귀찮다.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고 집에 도착한 뒤 샤워하는 것도 양치하는 것도 정말 귀찮다. 그런데 렌즈까지….)
제일 큰 문제는 과음한 날 다음이다. 도대체 무슨 사단이 있었는지 렌즈가 하나는 통에 잘 들어가 있었지만 하나는 찢어진 것이다. 하아…. 그렇게 첫 렌즈는 6개월을 다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안경점 직원분이 안타까워하면서 한쪽만 싸게 해줬던 게 기억이 난다)
아무튼 렌즈는 다사다난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렌즈를 뒤집어썼다가 눈이 충혈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는데 실수로 렌즈 통을 챙기지 않아서 친구 통에다가 두 개를 겹쳐 넣어보기도 하고, 또는 귀찮아서 안 빼고 잔적도 있다.
(그런데 렌즈를 안 빼면 렌즈가 눈 뒤로 넘어가서 수술해야 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무서워서 제대로 잠을 못 자긴 했다)
그렇게 20살 때부터 렌즈를 착용해서 25살인 지금까지 렌즈를 사용했으니 무려 5년이다. 이젠 나름 베테랑이 됐다고나 할까. 렌즈 착용에 2분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빼는 건 한쪽당 3초면 충분하달까. 그래도 귀찮은 건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젠 6개월짜리나 1년이나 되는 사용 기간의 렌즈는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보관도 잘 못 할뿐더러 게을러서 관리도 제대로 안 될 듯싶어, 그냥 2주짜리 렌즈를 사용한다.
(물론 돈이 없어서 2주짜리가 3주가 되고 4주까지 된 적도 있다. 쉽게 건조해져서 눈이 아파지는데 그때 바꾼다. 참 미련하고 거지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렌즈 액을 보고 갑자기 처음 렌즈 끼고 세상을 봤을 때가 아름다웠던 게 떠올라서 끄적여 보았다. 물론 제목은 거짓말이다. 처음 딱 렌즈를 개봉했을때 빼곤 그 촉촉함을 느껴보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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