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요괴들을 위한 김밥 도시락 제공(물론 중국산이다)
"호동이 형 도시락 하나 더 준비해주세요~" - 이수근, 강호동이 채 말하기도 전에 미리 주문한다. 그러나 웬일로 도시락을 마다한다. 하지만 얌전히 도시락 한 개를 클리어 하고선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판다를 보기 위해서 새벽 일찍 일어나 장시간 차를 타고 관광까지 했더니 꽤 피곤하다. 예전 1박2일 시즌1 때만 하더라도 OB가 아니라 YB에 속해서 막 날아다녔던 은지원은 체력이 많이 떨어진 모양이다. 세월이 야속하다.
“아우, 허리야” - 은지원, 버스에 앉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젝스키스 리더로 많은 관중의 사랑을 받던 그도 이제는 낼모레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아저씨가 다 된 것이다.
필자의 부모님도 언제 그렇게 나이가 드셨는지 모르겠다. 마냥 그대로 계실 줄 알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물론 지금 은지원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청두판다지기에서의 아침 스케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젠 다음 스케줄 장소까지 근두운(버스)을 타고 이동 중이다. 그 사이 판다와 같이 찍었던 사진을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 나와서 놀랐다.
(그 사진이 마음에 꼭 들었는지 판다와 함께 찍었던 네 명의 사진은 신서유기 시즌2를 대표하는 포스터에 사용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사진을 본다면 뒤편에 자리 잡은 판다가 시선을 강탈한다)
나영석 PD도 예전과 달리 막 멤버들을 굶기진 않는다. 1박2일 시즌1 때만 하더라도 밥을 먹기 위해서 엔간히 힘을 다 쓰던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판다들 본다고 고생했을 요괴들에게 간식으로 김밥 도시락을 선뜻 제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강호동이 신서유기 시즌4에서 불만을 제기한 적이 있다. 나영석 PD가 하는 대표적인 작품들로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신서유기가 있는데 그 중 신서유기만 유독 고생을 많이 시키는 거 아니냐가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신서유기는 그 맛에 보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P.S) 근두운(버스)가 생각 보다 흔들려서 김밥 하나가 탈출을 시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버스가 덜컹하는 순간에 맞춰서 날아오른 김밥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아까운 김밥을 놓쳐서 성질이난 강호동을 이수근에게 한소리 했다.
오늘따라 근두운이 다소 격한 감이 언짢아 있긴 하다.
다들 자기 밥 먹는 거에만 집중하는 와중에 이수근이 큰형님 강호동을 챙겼다. 누구보다도 잘 먹고 많이 먹는 강호동이다. 맨 처음 안재현이 강호동에 관해서 얘기할 때 ‘강호동 라면 육봉사건’을 언급한 적이 있듯이 그를 평범한 사람과 같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 강호동, 이수근이 강호동을 대신해서 김밥 도시락을 한 개 더 주문하자 이를 강호동이 말렸다. 웬일일까.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강호동의 김밥천국!
웬일로 음식을 다 마다하는 쮸빠찌에 강호동을 보고 다들 헛웃음을 보였다. 그것도 잠시 다시 자기 밥 먹을 거에 집중하고 있는데 배가 많이 고팠는지 손오공 은지원이 도시락을 한 개 더 주문했다. 그러자 바로 옆자리에 앉은 강호동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한다. 머리로는 그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몸은 김밥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의지와는 다르게 음식에 반응하는 몸뚱어리를 위해서 강호동이 머리와 타협을 보았다.
“한 개는 많지? 두 개 다 먹을 수 있겠어?” - 강호동, 반씩 나눠서 먹자고 은지원에게 말해보지만 허기진 손오공은 두 개다 먹을 거라고 김밥을 나눠주지 않는다.
눈치가 빠른 동생 이수근이 본인의 김밥을 강호동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수근 꺼 김밥 한 개, 안재현 꺼 김밥 한 개, 또 이수근 꺼 김밥 한 개 이런 식으로 먹자니 감질나서 참을 수가 없다.
“여기 김밥 하나 더 달래요. 호동이 형이” - 은지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김밥을 주문하자 강호동이 멋쩍게 웃는다. 하긴 이래야 우리의 쮸빠찌에가 아니겠는가. 새로 주문한 김밥은 먼저 시킨 은지원이 채 다 먹기도 전에 클리어해버린다.
“조용! 강호동만 솔로” - 이수근, 밥도 먹었겠다가 배도 부르고 등도 편안하니 절로 노래가 나온다. 강호동이 한 구절 슬쩍 불러보는데 이수근이 얄밉게 놀린다.
부담스러운지 강호동은 다 먹은 김밥 도시락 뚜껑만 매만지고 이번에는 이수근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옆에 앉은 안재현은 무슨 노랜지는 모르지만, 같이 흥얼거리는 중이다. 순식간에 근두운 안에서 삼장DJ(이수근)의 라디오쇼가 시작되었다.
“도 레 미 레 라~ 도 레미레미레~” - 이수근, 라디오는 근본없이 흘러가는 중이다.
“신청곡을 쪽지에 써서 뒤로 보내주세요.” - 이수근, 그래도 혼자서 다 진행하진 않고 사연 접수까지 받는 디테일을 보인다.
“자, 계속되는 노래 상암동에서 나영석 씨가 신청해주었네요. 비오는 날, 사랑하는 아내보다는 그 전 여자친구를 생각하며 비와당신 듣겠습니다.” - 이수근, 일명 막장 라디오다.
“나영석 PD가 또 신청합니다. 조PD의...” - 이수근, 정말로 그의 입담을 알아줘야 한다.
“사랑은 어디쯤 갔을까요. 사랑은 저만치 가네” - 이수근, 밑도 끝도 없는 막장 라디오 속에 스르르 잠이든다.
“이런거 진짜 라디오에 나오면 교통사고 많이 날 거 같애.” - 은지원, 삼장DJ의 막장라디오를 듣고 있는 청취자의 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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