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15분
2015. 03. 25
감독 : 이병헌
출연 : 김우빈(치호), 준호(동우), 강하늘(경재)
감독 이병헌
동명이인인 배우 '이병헌' 때문에 감독 '이병헌'은 조금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감독으로서의 '이병헌'의 경력 또한 배우 '이병헌' 못지않게 대단하다.
그는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을 각색하며 영화계 데뷔했으며 대전독립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 많은 수상 경력을 지니고 있다. 대중적인 영화 <써니>, <타짜:신의 손>를 각색하기도 했고, 열 개가 넘는 다양한 작품을 각본 및 연출했다.
그 중 영화 <힘을내요, 병헌씨>에서 상업영화 진출을 원하는 의도를 보였고, 이번 영화 <스물>은 그의 첫 상업영화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스물> 캐릭터 조감독이 영화감독이 되려고 하는 치호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영화? 영화 하지 마 존x 힘들어.."
아프니까 청춘이다?!
나이 스물. 그렇게 어리지도 그렇다고 또 어른도 아닌 어중간 한 위치이다. 사람들은 우리 보고 좋은 때다, 좋을 때다 그러지만 막상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힘들고, 답답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 보고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어른이 되면 마냥 기쁘고 좋을 줄만 알았지만 정작 스무 살인 우리에게 사랑과 연애, 학업, 취업 그리고 진로 등 수많은 고민거리가 던져진다.
"가자 뭐 별거 있겠냐? 저 너머에, 그리고 또 그 너머에 무엇이 있건 두려운 것은 없다. 우린 미치도록 젊으니까"
라고 외쳐보지만 두려운 건 사실이다. 20대에 겪는 별것 아니라면 정말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때론 위로하고, 때론 같이 웃으며 세상을 비춰본다.
매력적인 배우들
이렇게나 확연히 다를 수 있나 싶은 세명이 있다. 오로지 인기만 많은 치호, 생활력만 강한 동우, 공부만 잘하는 경재 이렇게 세명이다. 어떻게 이 세명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인데 보다 보면 잘 어울리다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 절정의 백수,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쉴 틈 없이 준비하는 재수생,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최강 스펙의 엄친아 대학생
하지만 이들 모두 초심을 지키지 못한다. 백수를 지향하던 치호는 꿈을 꾸기 시작했으며, 만화가를 꿈꾸던 동우는 세상과 타협을 한다. 경재도 다를 바 없다. 정작 스무 살이 되고 나니 보이는 게 많아졌으리라.
내 주위에 한 명쯤 있을 법한 캐릭터여서인지 낯설지가 않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도 크게 작용했겠다.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아주 초 호화 캐스팅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닌데, 이에 이병헌 감독은 "이미 다 점찍어 놨던 배우들이었고, 시나리오 쓸 때는 이 정도로 뜨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또 이병헌 감독은 "완성되지 않은, 이제 막 성인 돼서 헷갈리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배우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들 스무 살이 좋겠다고 하지만 막상 스무 살이 되어도 뭔지 잘 모르겠고, 불안하고, 믿음도 자신감도 없는 느낌을 그 나이의 친구들과 공감하고자 했다.
영화 <스물>의 캐릭터들은 20대의 우리를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나이대의 우리들이 비슷한 고민을 했고 또 그것을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즐거움과 재미를 준다.
자체발광 코미디, 청춘 영화.
부담 없이 웃기다가도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가 있다. 청춘을 추억하기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감상에 절어 질척대지 않고, 억지로 감성을 불러일으키진 않아 산뜻하다. 현 20대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좋았고 재치 있는 드립력과 코믹한 연출이 <스물>의 매력이다.
한창 떠오르는 배우들에 이병헌 감독의 유머스러우면서도 탄탄한 각본과 연출이 더해져 사뭇 진지해질 수 있는 스토리가 코믹 청춘 영화로 잘 탄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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