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31분
- 2012. 09. 13
- 감독 : 추창민
- 출연 : 이병헌(광해/하선), 류승룡(허균), 한효주(중전), 김인권(도부장)
감독 추창민과 명품 제작진
2000년 연출한 단편<사월의 끝>을 시작으로 <행복한 장의사>, <태양은 없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많은 작품을 연출 및 감독했으며 2012년에 선보인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무려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실 영화 광해는 강우석 감독이 <나는 조선의 왕이다>라는 제목으로 연출하기로 했다가 투자사와의 문제로 하차한 프로젝트를 추창민 감독이 맡았다. 그래서 그는 부담이 언짢아 있었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어서 곧장 하게됬다고 말했다.
그는 광해를 통해서 묻는다. 우리가 원하는 왕은 누구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각본에 이어 촬영, 조명, 의상, 음악까지 완벽함을 도모했다.
영화 <아저씨>에서 맵시 있음과 동시에 역동적인 촬영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촬영상을 받은 이태윤 촬영 감독이 사극 특유의 고풍적인 영상미를 보여줬으며,
<장화홍련>으로 데뷔한 이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의형제> 등 충무로 대표 대작들에 참여해 온 오승철 조명 감독,
<범죄와의 전쟁>, <최종병기 활> 등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품 특유의 매력과 개성을 덧댄 의상들을 선보여온 권유진 의상 감독,
끝으로 <도가니>,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김준성 음악 감독이 함께해 영화 <광해>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굴욕의 역사
영화 속 광해군이 말하길
"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리요. 뭐라! 이 땅이 오랑캐에 짓밟혀도 상관없다고? 명황제가 그리 좋으시면 나라를 통째로 가져다 바치시던가. 부끄러운 줄 아시오.
명이 두려워 2만의 군사를 파병하겠으나 경은 싸움을 원치 않는다. 그러니 부디 우리 군사들을 무사히 다시 되돌려보내길 원한다.
그깟 사대의 명분이 뭐요. 도대체 뭐길래 이만의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라는 거요."
당시 우리 조선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명나라와 후금(청나라) 사이에 낀 불쌍한 조선이다. 선조에서 광해군 그리고 인조로 이어지는 사이 많은 굴욕을 겪게 된다.
먼저 임진왜란이다. 그 당시 전쟁으로 조선 백성 인구의 2/3가 죽었다. 그다음은 인조반정이다. 바로 광해군이 왕위에서 쫓겨난 일로 이는 광해군의 중립 외교를 반대한 서인들이 앞장서서 '군주가 은혜를 몰라서는 나라가 설 수 없다'를 외치며 명과 후금 사이에서 실리를 잘 추구했던 광해군이 그대로 쫓겨나고 그 자리에 인조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한 사건이다.
그렇게 인조가 왕이 되고 나서 조선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겪게 된다. 인조는 삼전도에서 청나라 황제에게 절하고 항복의식을 거행했다.
영화속 내용은 실화 일까?!
광해군은 자신의 치세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작성 금지를 명했다. 그래서 승정원일기에 15일간의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 영화 <광해>는 그 누락된 시간이 모티브가 되어 구성된 가상의 이야기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광해군과 중선 유 씨, 그리고 허균을 제외하면 거의 다 몇몇 인물을 모티브로 한 가공의 인물이다.
그래서 결론은 <광해>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를 만들어냈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의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밑의 두 말은 사실이다.
광해군 8년, 역모의 소문이 흉흉하니 임금께서 은밀히 이르다. "닮은 자를 구하라. 해가 저물면 편전에 머물게 할 것이다." 그리고 "숨겨야 할 일은 조보에 남기지 마라"
광해군일기 2월 28일
역사적 인물, 광해군과 일인 이역의 이병헌
폭군과 현군의 평가를 동시에 받는 광해군. 영화 속에 비친 그는 뭐든지 정면으로 응시하고 모든 사람을 똑바로 바라본다. 물론 관객도 예외가 아니다. 스크린 속 그는 거만하게 앉고, 손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시중을 받으며 관객을 바라본다. 그리고 영화<광해>에서 처음 등장하는 신이 부서지는 빛 속에서 우아하게 단장을 하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그에게 딱 어울리게 보인다. 실제 역사 속 광해군은 다사다난한 삶은 보낸 인물이다. 정실이 아닌 첩의 몸에서 태어났으며 그마저도 둘째 아들이다. 게다가 아버지 선조의 총애도 받지 못했고 갑자기 닥친 임진왜란에 세상이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로 나누어진 정부를 피난 간 선조를 대신해 민심을 수습했다. 결국, 왕세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되지만 그의 이복동생(영창군)과 당쟁의 풍파 속에서 힘겹게 왕세자 자리를 버텨냈다.
이러한 출신 배경을 지녔으니 그 광해군이라는 인물이 얼마나 독하고 강인하겠는가. 한 사례로 중전의 오라비 유종호가 "귀를 열고 들으시라 소리쳤습니다."고 불신과 의심의 생활 속에 사는 광해군에게 말했다가 역적으로 몰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광해'는 두 명이 존재한다. 근엄한 왕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한 명은 광대다. 이런 성격이 전혀 다른 2개의 캐릭터를 이병헌이 소화해 낸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날카롭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정도 모습을 연기하다가 푼수기 있고 철도 없는 동네 광대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하니 얼마나 대단한가 싶다. 서로 완전히 다른 양 끝 쪽의 인간을 표현해낸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데이브'와 '카케무사'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백성을 긍휼히 여기다, 민본주의.
추창민 감독은 영화 <광해>를 통해 관객을 가르치려는 영화가 아니라 그냥 재미있게 보고 그 밑에 깔린 이야기 하나 정도를 가지고 가서 편안히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반에 코미디가 많았던 이유도 광해를 이야기하거나, 리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고 제시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영화를 보며 정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평등과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엄연히 세상에는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 이에 힘을 가진 사람이 약한 사람들에게 좀 더 베풀고, 인본주의적인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물론 현재의 민주주의 정치와 영화<광해>에서 하선이 왕이 됨으로써 보이는 민본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며,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민본주의는 군주가 다스리는 시대의 통치 사상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지도자가 영화에서 나온 광해군처럼 국민을 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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