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서로 편하고 잘 맞아야 친구가 아니다. 그냥 ‘싫다.’, ‘귀찮다.’, ‘짜증 난다.’ 하면서도 같이 밥이나 먹고, 용건이 없어도 수다나 떨며 놀 수 있는 것. 그게 친구가 아닐까. 사실 너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꽤 친했던 모양이다.
같은 동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오고 고등학교는 서로 다른 곳을 가게 되었다. 9년을 같이 놀다가 이젠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사이가 됐다. 물론 며칠 좀 못 봤다고 해서 너와 어색하다느니 불편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심심할 때 이젠 내 곁에 네가 없음에 조금 멀어진 느낌이랄까. 메신저 속엔 영혼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대학마저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면 우리 사이는 더 멀어져 버릴지도.”
우리, 거리는 멀리 떨어지게 되더라도 은은한 말과 따뜻한 마음은 변치 말자. 때론 무심코 던진 말에 상처를 받고 외로워 질 수도 있겠지만, 서로를 다독여 주자. 지금 꼭 잡은 손 앞으로도 계속 놓지 말자. 배려하고,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면서 우정을 끝까지 이어가면 좋겠다.
“우리의 관계가 진실로 친구이길 바라.”
너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신기할 뿐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당연함 마저 느끼기도 한다.
오늘 점심 메뉴 뭐야?
학교 마치고 OO 갈래?
처음 몇 마디를 나누다가 발견한 공통분모에 마음이 빼앗겨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었다. 쉬는 시간마다 이야기꽃을 피웠고 만난 지 겨우 얼마나 됐다고, 너는 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너와의 교집합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갔고,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
학교에 남아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하늘을 보면, 이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보이지 않는 미래는 불안하고 두렵기만 하다. 게다가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이런 의미 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빼앗겨 버린다.
그럴 때면 너에게 투정을 부리곤 한다. 너는 묵묵하게 들어주기도 하고, 나를 혼내기도 하고, 같이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너의 존재가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준 것 같아 정말로 고맙고, 사랑해.
“나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된 것에 감사해.”
만날 붙어 다닌다 해서 친구가 아니다. 그렇다고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남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스스럼없이 마음껏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친구 아닐까.
잘 지내니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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