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이야기

에세이 - 아름다움

by blank_in2 2020. 8. 4.

TV를 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쟤처럼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십여 년을 넘게 봐왔지만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이며 코며 각진 턱에 피부까지 모조리 불만이다. 하나라도 완벽한 곳이 없다. 아무리 내 얼굴이라지만 정말 이럴 수 있냐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화내봤자 달라질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한숨만 쉴 뿐이다. 성형수술을 고민해 본 적도 있지만, 부작용부터 시작해서 마취 주사나 칼 대는 것이 두려워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물론 비용도 비용이고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얼굴에 정이 좀 들었는지 혼자 화장대 거울을 볼 때면 예쁘진 않지만 나름의 매력도 있고 봐줄 만 하다고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마저도 밖에 나가서 거울을 보면 착각이 바로 깨져버리지만.”


 누가 그러는데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마음을 이쁘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오히려 나만 상처받고 속앓이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구차하다고 생각하지만 불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생각해 보란 말이다.


“정말 예쁜 애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선 커피 사줘, 밥 사줘, 말도 걸어줘 얼마나 사는 세계가 다른데.”


 나는 책이나 읽으면서 ‘아름다운 것보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워지려는 마음이다.’ 이런 구절을 보고 위로나 받고 있으니, 기분 같아선 당장이라도 치킨을 배달시켜야 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리 부기를 빼기 위해서 벽에다 다리를 올리고는 고뇌에 빠졌다.


저번에 가려다가 못 갔던 곱창전골집 가봐야 하는데..

인스타에 올라온 쉑쉑버거 집도..

아! 그러고 보니 OO에 신메뉴 나왔던데..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내면이 고통받고 있으니 배달을 시키는 게 맞다. 물론 그 내면이 이 내면인지는 잘 모르겠다. 문득 꽃들이 부러워진다. 물만 먹어서인지 살도 안 찌고 말이야. 저! 저! 활짝 핀 모습 좀 보라. 얼마나 아름답냔 말이다. 가느다란 줄기와 영롱하게 핀 꽃잎에 배달을 시키려던 결심이 조금 흔들린다.


 꾸미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완벽히 아름다운 꽃, 그 아름다움을 숨기지도 않고, 또한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에 비해 나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꽃보다도 못하다니.”

'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 나혼자 살다  (0) 2020.08.06
에세이 -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0) 2020.08.05
사설시조 - 님이 오마 하거늘  (0) 2020.03.24
자작시 - 성장통  (0) 2020.02.14
자작시 - 삼인칭  (0)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