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쟤처럼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십여 년을 넘게 봐왔지만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눈이며 코며 각진 턱에 피부까지 모조리 불만이다. 하나라도 완벽한 곳이 없다. 아무리 내 얼굴이라지만 정말 이럴 수 있냐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화내봤자 달라질 것 하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한숨만 쉴 뿐이다. 성형수술을 고민해 본 적도 있지만, 부작용부터 시작해서 마취 주사나 칼 대는 것이 두려워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물론 비용도 비용이고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얼굴에 정이 좀 들었는지 혼자 화장대 거울을 볼 때면 예쁘진 않지만 나름의 매력도 있고 봐줄 만 하다고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마저도 밖에 나가서 거울을 보면 착각이 바로 깨져버리지만.”
누가 그러는데 외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마음을 이쁘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오히려 나만 상처받고 속앓이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말 하는 거 정말 구차하다고 생각하지만 불평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생각해 보란 말이다.
“정말 예쁜 애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선 커피 사줘, 밥 사줘, 말도 걸어줘 얼마나 사는 세계가 다른데.”
나는 책이나 읽으면서 ‘아름다운 것보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워지려는 마음이다.’ 이런 구절을 보고 위로나 받고 있으니, 기분 같아선 당장이라도 치킨을 배달시켜야 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리 부기를 빼기 위해서 벽에다 다리를 올리고는 고뇌에 빠졌다.
저번에 가려다가 못 갔던 곱창전골집 가봐야 하는데..
인스타에 올라온 쉑쉑버거 집도..
아! 그러고 보니 OO에 신메뉴 나왔던데..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내면이 고통받고 있으니 배달을 시키는 게 맞다. 물론 그 내면이 이 내면인지는 잘 모르겠다. 문득 꽃들이 부러워진다. 물만 먹어서인지 살도 안 찌고 말이야. 저! 저! 활짝 핀 모습 좀 보라. 얼마나 아름답냔 말이다. 가느다란 줄기와 영롱하게 핀 꽃잎에 배달을 시키려던 결심이 조금 흔들린다.
꾸미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완벽히 아름다운 꽃, 그 아름다움을 숨기지도 않고, 또한 과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답다. 그에 비해 나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꽃보다도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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