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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회사 수면실과 샤워실은 복지일까 아니면...

by blank_in2 2022. 2. 4.

맑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예로부터 전해져 오던 이야기다.

먼저 취업에 성공한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술을 사주며 말한다.

 

"침대가 있는 회사는 절대 가지마!"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 말의 의미를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생각하자면, 그냥 야근이 조금! 많이! 많은 정도가 아닐까?

 

헌데 내노라하는 대기업에 취직한 선배들은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 때면 꼭 저런 말을 꺼냈다.

아니, 같이 도서관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밤을 새우며 취업 준비를 하던 선배들이 

회사 좀 다니게 되었다고 어디 병약하게 체질이 바뀌기라도 했단 말인가

 

침대가 있는 회사는 되도록 가지 말라니...

그게 어디 취업준비생에게 해당되는 말인가?

침대의 유무는커녕, 예비 합격자가 되어 신입 연수에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취업이 고픈데 말이다.

 

그때 만약 차라리 회사를 가지 말라고 했다면

지금 마시는 술이 조금 더 달지도 모르겠다.

 

몇 년째 취업에 목메고 있던 나에게 그런 조언 따윈 그리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선택권이라는 게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회사를 골라갈 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았다. 나의 처지를 배제하고서 NO!라고 외칠 용기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망설이고 있다가는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리진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선 것이다.

 

그렇게 홀라당 낚아챔을 눈앞에서 보고 나서
"나도 저기 갈 수 있었는데..."

"나도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돈 회사쯤이야"라는 말로
자기 위로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근무조건을 따진다는 게 

워라벨을 찾는다는 게

애당초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원하는 만큼만 근무를 하고, 또 희망하는 보수를 받는다>

정말 멋진 일이지만, 과연 근로자의 몇 %가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최근, 과로사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머나먼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누구는 그가 예전부터 있던 지병이 도져서라 하고,

또 다른 이가 말하기로는 그가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다 잠깐 눈 좀 붙였는데 그때 심장마비가 왔었다" 한다.

 

그를 두고서 알록달록 전해지는 이야기는 마치 괴담과 같다.

내일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 내 일 때문에 자신을 좀먹어 가니 말이다.

 

근래 잦은 야근 때문에 집보다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 간다.

일은 점점 더 익숙해져 가는데, 시간에 쫓기는 건 무슨 이유일까.

 

"○○ 씨는 연애 안 해?"

"저는 일 좀 더 익숙해지고, 시간 생기면 하려고요"라 답했는데

평생 연애 못할 거라고 웃으시던 차장님은 이미 이 모든 것을 겪었던 모양이다. 

 

집은 어느새 잠자는 방과 다름이 없고

회사에서 수면실을 제공해 준다는 건 이젠 잠마저 회사에게 자라 명령하는 것처럼 보인다.

 

농담 삼아 "오늘 칼퇴해요?"라고 묻곤 한다.

말 그대로 농담이다.

퇴근 차체가 글러먹게 생겼으니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그렇게 큰 건 아니다.

우선 침대에 누워 겨울엔 보들보들한 이불을, 여름에는 살짝 까실까실한 모시 이불을 턱 밑까지 덮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잠만! 꼬박꼬박 챙겨서 잘 수 있다면 충분하다.

 

자정을 넘기는 퇴근,

핸드폰 알람 설정과 함께하는 기절,

그리고 눈뜨면 쏟아지는 일거리.

 

위 일상을 벗어나

편하게 잠자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나의 싸움은 언제까지 일까.

 

"부장님! 저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서 만든다는 샤워실과 수면방이 달갑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