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본론
ⅰ. 작품 선정 이유
<무진기행>은 1964년 10월 『사상계』에 발표된 김승옥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급격하게 산업화되어 가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지위를 성취한 한 인물의 귀향풍경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두 개의 공간이 있다. 하나는 서울로 표상되는 일상의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무진이라는 탈일상의 공간이다.
주제와 관련해 이 공간에 대한 이해는 각별하다. 그 이유는 공간을 물리적 면적의 개념에서부터 인간 내면에 잠재된 의식의 공간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관찰하고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학 속의 갈등과 대립이라는 것도 인물 서로가 상이하게 인지하고 있는 의식 공간 간의 충돌이거나 예상치 못했던 공간간의 조우로 볼 수 있다. 또한 독자는 공간의 구분과 경계를 통해 스토리를 기억하고 스토리의 의미와 가치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공간은 근대문학의 주요한 문학적 패러다임으로 제기되고 문학에 있어서 주요한 논의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기에 <무진기행>을 통해 공간구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 <무진기행>은 이항대립구조를 띄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의 아내와 장인, 조 그리고 이와 대립되는 하인숙과 박선생, 물리적인 공간으로써 서울과 무진 등 두 가지의 대립적인 요소가 한 짝을 이루어져 있다.
ⅱ. 작품의 줄거리
서술자로 등장하는 '나'는 서른셋의 나이로 제약회사 중역이다. 4년 전, 미망인이 된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으며, 며칠 후면 그 아내와 장인의 도움으로 제약회사 전무가 될 몸이다. 그는 어머니의 묘가 있고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무진으로 내려간다. 잠시 동안의 휴가인 셈이다. 그에게 무진의 의미는 특별하다. 그곳은 참담했던 과거의 기억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이미 돈 많은 아내를 얻어 출세 가도에 올라 있다. 그는 무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를 존경하는 후배인 박, 중학 동창이며 고등고시에 합격해 무진의 세무서장으로 있는 조, 그리고 음악교사인 발랄한 처녀 하인숙 등이다. 문학소년이였던 박은 그를 우러러보고, 출세한 속물인 조는 갑자기 출세한 그를 동류로 취급한다. 하인숙은 그에게서 풍기는 서울 냄새를 즐기며 그를 유혹한다. 그는 하인숙의 유혹에 몸을 맡기며, 그가 폐병으로 요양했던 바닷가 옛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무진을 탈출하고 싶어하고 그와 일주일 동안만 멋진 연애를 경험하고 싶다는 하인숙에게서, 그는 자신의 옛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을 느낀다. 그녀를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말한다.
다음날 그는 상경을 요구하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는 갈등한다. 서울로 가겠다고 작정한 후, 그는 하인숙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찢어버린다. 부끄러움을 느끼며 그는 서울로 간다.
ⅲ. 작품 분석
a. 공간구조 및 사건의 흐름
무진기행은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의 공간의 이동에 따라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기행문의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글 전반에 걸쳐서 크게 대립되는 주요한 공간으로 무진과 서울을 들 수 있으며, 서울→무진→서울의 공간이동 과정 속에서 시간적 대립과 인물간의 대립 관계가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대립구도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공간의 이동과 사건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서울역 ︾ |
| |
광주역에 도착하여 미친 여자를 만남 ︾ | 》 | 과거회상의 계기(‘비명’) · 시간적 대립 : 과거 ↔ 현재 · 공간적 대립 ① 과거의 나 ↔ 현재의 나(자아의 대립) ② 과거의 나 ↔ 어머니 |
무진도착 ︾ |
| |
박 후배와 함께 ‘조씨’를 찾아감 ︾ | 》 | ① 나 ↔ 세무서 직원들 ② 박 후배 ↔ 조씨 |
‘조씨’를 다시 만나기 위해 세무서로 감 ︾ | 》 | 나 ↔ ‘조씨’ |
방죽에서 하인숙을 만남 ︾ | 》 | 아내 ↔ 인숙 |
하숙집에서 아내의 전보를 받음 ︾ | 》 | 일탈을 추구하는 나 ↔ 안정을 추구하는 나 (자아간의 대립) |
서울로 돌아감 |
|
b. 대립구조
본 작품에서는 무진과 서울의 공간적 대립을 계기로 하여 시간적 대립과 인물간의 대립이 복합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공간의 이동에 따라 인물간의 대립이 주된 양상을 띠고 있으며, 주인공의 의식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주인공의 여러 인물과의 만남과 의식 변화는 서울→무진→서울이라는 커다란 공간이동의 구조 속에 주제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위에서 정리한 사건의 흐름을 바탕으로 가장 핵심적인 대립구조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나
서울 ㅡ 무진 | 미친 여자
과거의 나 ㅡ 현재의 나 | 하 선생
조씨 ㅡ 박 후배 | 나
인숙 ㅡ 아내 |
작품에서 주인공은 일상에 지쳐 처음에는 일탈과 속세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향하는 인물로 그러져있다. 아내가 시골에 잠시 내려갈 것을 권유하는 사건은 ‘나’가 잠시 동안 일상에서 벗어나 무진으로 내려가는 계기가 된다.
무진에서 ‘나’는 과거에 알던 사람들, 혹은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공간의 이동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만남을 겪게 되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인물들에 대한 의식구조와 태도가 끊임없이 변화하게 된다.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과 그들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나’의 현재 삶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나아가 결국에는 현재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진과 서울의 대립, 인물들 간의 대립구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속세 | ↔ | 자연(일탈) |
》
|
현실과 일탈 속에서 갈등 하지만 결국 속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나’ |
서울
* 하 선생
조씨
아내
장인어른
세무서 직원들 | 무진
‘나’ |
이 작품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공간적 대립과 인물간의 대립이 거꾸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아내와 장인어른은 서울에서 살면서도 현실에 충실한 반면,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일탈과 현재의 여러 가지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꿈꾼다.
한편, 아내의 권유로 인해 잠시 동안의 휴식을 위해 무진으로 내려가서 만난 여러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속세에 찌들은, 주인공이 가장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부류들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선생은 약간 특이한 인물로 볼 수 있는데, 주인공이 하 선생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 원인은 일종의 연민과 동질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 선생이 지향하는 서울이란 속세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시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다란 원인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복합적인 대립구조는 결국 주제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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