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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단편 소설 - 아르바이트 (1)

by blank_in2 2017. 12. 16.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치고 나서 겨울방학 때의 이야기이다. 12월 말, 나는 수능 성적표를 기준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었다그리고 이제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중이다. 정확한 나의 심정을 알 수 없다. 아직 학생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반, 또 스무 살 대학생의 로망에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반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실적으로 학생인채 남을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렇다고 학교에 가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수능 날 이후부터는 학교에 가더라도 오전수업만 하고 일찍 마쳐서 무엇을 하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처음에는 엄청난 해방감에 날아갈 것만 같았지만, 날마다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만 하던 학생에게 갑자기 많은 시간이 줘봤자 뭘 할지 갈피를 잡겠는가.


 친구들과 노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일주일 내내 만나서 놀다 보니 어느새 돈도 다 떨어진 데다가 너무 자주 만나도 더 이상 할 게 없어서 그냥 집에 있었다. 그리고는 컴퓨터 게임에 한동안 빠져 살았다. 엘더스크롤:스카이림이나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LOL 등 거의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온종일을 집에 박혀서 TV보고 게임만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학생이라기보다 백수에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 물론 친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갔다오기도 했고, 배드민턴이나 농구도 하고 너무 심심한 날에는 도서관에 간 적도 있다. 

 

 하지만 뭔가 하나 빠진 허전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겠다 싶어서 인터넷으로 아르바이트 모집 글을 찾아보게 됐다. 무기력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내 스스로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주위 친구들을 보니 대학에 가기 전 친구들끼리 우정 여행을 간다든지 해외여행이나 배낭여행을 준비하기도 했고, 운전면허를 따려고 준비하거나 아니면 나처럼 하루 종일 게임에 빠져서 사는 친구도 있었다.


 그중 나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여행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뿐더러 이미 친구들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가고 싶지 않았고, 차도 없는데 면허가 무슨 소용이냐 싶어 면허에는 더더욱 흥미가 없었다. 당연히 토익이나, 제2외국어 같은 공부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렇다고 게임이나 운동만 하고 지내기에는 2월 졸업식과 3월 입학식까지의 시간이 너무 무료하게만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사회 경험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아르바이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거라면 나의 무력함을 날려버리고 허전함을 채워줄 것이라 생각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