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기온 30℃ 나는 지금 필리핀에 서 있다. 기상청 자료에 의한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6℃로 한국에 비교해 무더운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평소라면 학과 수업을 마치고, 과제를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갔을 시간인데 지금 나는 타지에 와있는 것이다. 이색적인 풍경이 보이고 무더운 날씨가 느껴지지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비행기에서 내려 처음 필리핀에 도착했을 때 내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게 느껴졌다.
"비행기가 낯설어서일까?" 아니면
"내 옆자리에 앉은 외국인 때문에 긴장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한국보다 무더운 날씨와 낯선 환경 속에 놓여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왔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런 긴장도 잠시 필리핀 공항 앞에 펼쳐진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 그리고 빼곡히 채워진 야자수들을 보고 있자니 그 두려움과 불안감은 기대와 희망으로 바뀌었다.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처음 와보는 필리핀에 부풀어 오르는 가슴은 내가 왜 필리핀에 왔는지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그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교에서 지원을 받았긴 하지만 개인이 지출한 돈도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야 한다!"
학과 전공 교수님 중에서도 특히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교수님이 인솔자가 되어 안심되었고, 뜻이 잘 맞고 사랑하는 학우들과 함께 한 팀이 되어서 오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다 같이 이런 해외로 오게 될 기회가 살면서 몇 번이나 되겠는가. 다들 술 마시고 노느라 바쁜 것도 있겠고, 군대를 가야 하는 후배들이나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선배들 모두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이런 기회는 좀처럼 찾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짧은 기간이지만 다 함께 온 어학연수 캠프가 운명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제각각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다르지만 이번에 같이 팀을 이루게 된 계기는 영어권 국가에서 한 번쯤 생활해 보고 싶은 공통된 꿈을 가지고 있어서 팀을 이루게 되었다. 그중에는 오랜 기간의 준비로 자연스러운 언어 능력을 구사하거나 중심가의 지리를 파악하고 있는 팀원도 있었고, 나처럼 마음은 엄청난데 실제론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한 팀원도 있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 데로 공부해서 채우면 되는 것이고, 남들보다 뒤지는 능력은 내 열정으로 채우리라는 자신감이 있기에 걱정 따윈 하지 않았다.
나는 이곳 필리핀에서 9박 10일이라는 기간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사실 필리핀 여정이 예전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라 그저 학교에서 하는 지원 프로그램과 시기가 맞아서 뜻밖에 시작되었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평소에 외국에 관심이 많았다. 타지의 낯선 환경 속에서 생활하면 어떤 느낌일까가 궁금했고, 그 환경을 꿈꿔왔다.
최근에야 해외연수니 해외여행이니 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해외라고 해봤자 별 감흥이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어릴 적 TV로 봤던 프랑스, 이탈리아, 로마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고 근사해 보였다. 건축양식부터 미술품, 자연풍경까지 이 모든걸 전파를 통해서 사물을 거쳐서 보아야 한다는 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에는 대입 공부로 꾹 눌러 참아왔던 꿈 중 하나이기에 더욱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언제 아래와 같은 글귀를 읽었던 적이 있다.
“나의 젊음을 팔아 그들의 웃음을 사고 싶다.“
“굿뉴스코 활동은 주러 갔다가 오히려 마음에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이 글귀를 읽었을 땐 당장이라도 해외 봉사 활동을 가고 싶었다. 나도 뭔가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찼다.
내 또래의 많은 젊은이이 술과 게임에 빠져있을 때 나는 남을 위해서 내 자신을 희생하고 더 나아가 내 한계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너무 만화 같은 대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서도 사람들이 그것의 화자나 중심인물들을 본다면 나는 그 배경을 항상 궁금해 왔다.
"그곳의 문화는 어떨까. 그곳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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