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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19 추위에 시달리는 밤

by blank_in2 2017. 11. 19.

 10월만 하더라도 더위에 에어컨 전원을 콘센트에서 뽑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지금은 에어컨은커녕 추위에 시달려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 정말이지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바닥에 매트릭스를 깔고 이불을 덮고 자려고 하면 잠옷을 입었음에도 이불 틈새를 뚫고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부들부들 떤다. 가스비를 아끼기 위해 보일러 사용은 최대한 12월까지 참으려고 했건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안그래도 막을 수 없는 지출에 가스비까지 더해질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알몸으로 자면 혈액순화에 좋다는 말에 여름이나 가을 팬티 한 장만 입고 이불도 덮는 둥 마는 둥 자는 습관이었는데, 최근 들어 순환이고 나발이고 추워서 겉옷까지 껴입고 자는 지경이다. 안타깝게도 전기장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너무 추울 때에는 보일러를 트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수단이 따로 없는데, 추울 때마다 보일러를 틀게 되면 매달 나오는 가스비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최고로 많이 나왔을 때 아마 5만원 가까기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니 마음 놓고 보일러를 틀 엄두가 나겠는가.


 어제만 하더라도 이불을 덮고 자는데 상체나 너무나 추운 것이다. 분명 겨울용 이불로 바꾸었는데도 불구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은 어쩌지 못해 외출용 겉옷을 챙겨입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여름에 항상 알몸으로 자다 보니 이젠 옷을 껴입으면 불편하고 답답해서 자기 힘들었는데, 그것보다도 추위가 더 심해 어쩔 수 없이 껴입고 잘 수밖에. 정말 날씨가 왜 이러냐 말이다. 


(지금 일기를 쓰는데도 한탄이 계속 나온다. 물론 발도 덜덜 떨리는걸 겨우 참고있다)


 또 잘 때만이 아니다. 아르바이트에 출퇴근할 때 항상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데, 페달을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한기란 이젠 견디기 힘들 정도이다. 두 손은 얼어서 브레이크를 간신히 잡을 지경이고, 양쪽 귀는 감각이 없어 만지면 따갑다. 콧물은 흐르고, 목은 최대한 방어해 보지만 그게 어디 막아지는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정말 귀마개부터 장갑에 마스크까지 중무장하지 않고서는 아르바이트 출퇴근도 이젠 어렵겠다.


 또 무릎까지 얼어버렸는지 오르막길을 오르는 구간이 한 5~10분 정도 있는데, 평소라면 쌩쌩 올라갔을 텐데 어제는 너무 힘든 게 아닌가. 정말이게 말이 되는지 너무 당황스럽다. 오르막길에서 폐달을 밟고 또 밟아도 도저히 못 올라가겠다싶어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는데 중간에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나름 여름보다는 겨울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생각이 확고해졌다. 추운겨울 따뜻한 집안에서 게임이나 TV를 보던 시절에나 겨울이 좋았지 타지에서 추운 거리를 왔다 갔다 하고, 집안에 들어와 봤자 발만 시리고 잠도 자기 힘든 추위를 겪다 보니까 겨울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다.


 가난한 것도 서글픈데 날씨까지 이러니 정말이지 매번 한숨과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머나먼 옛날 조선, 고려, 삼국시대에 백성들이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했다는 국사가 떠올라 멋쩍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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