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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경수필 - 필리핀 여행기(3) 完

by blank_in2 2017. 11. 24.

 필리핀에 도착하고 나서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아름다운 풍경들이었다. 필리핀 전부를 돌아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여행했던 대표적인 장소 중에서 세부, 보라카이, 팔라완 등 깨끗한 거리와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은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필리핀은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트를 타고 섬을 옮겨 다니면서 바라본 바다는 나를 덮고 있는 모든 것이 씻겨져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조그만 보트로 수정 같은 바다를 가르며 얼굴에 튀는 파도가 마치 청춘을 느끼게 했다. 타이트한 구명조끼에 몸은 답답했을지라도, 마음은 한결 가볍고 맑았다.

 

 나는 필리핀의 모든 것을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욕심이 과하긴 했다. 길거리에 있는 마트의 흔한 상품부터 시작해서 자연, 건물, 그리고 사람까지. 이색적인 매력을 지닌 필리핀의 모습은 한국의 모습과 많이 사뭇 달랐고, 문화 또한 달랐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거리 사람들이 입는 복장이다. 항상 무더운 날씨이기 때문에 간편한 복장을 주로 입는데 보통 청바지와 셔츠를 자주 입기에 한국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느낌이 다르다.

 

 또, 주거지역에서 문화적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는데 비록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아직 빈부의 격차가 큰 나라라는 걸 볼 수 있다몇 안 되는 거리를 두고 부유계층들의 고급주택지역과 나무로 지은 판자나 벽돌집이 대비를 이룬 모습이 상상이 가는가. 단순히 자연 친화적인 주거환경이라고는 하기엔 빈부격차의 대비가 심각하다는 걸 볼 수 있다. 뭐, 한국도 만만찮긴 하지만.

 

 필리핀 자체가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혼합된 국가인 만큼 요리 또한 상당히 다양하다. 사실 음식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외국에 나와보니 먹거리는 아주 중요하다 느낀다. 필리핀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생선과 조개 등의 해산물 요리가 많았고, 열대과일도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아주 싼 값에 말이다. 아마 한국의 오천 원 만으로도 다양하게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필리핀에 도착하고 거리를 걸을 때에는 이곳이 너무나 낯설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환경에 적응하고,그들과 소통을 함으로써 필리핀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했으며, 한국과 필리핀의 차이를 알게 되고, 또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사실 다른 걸 다 떠나서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같은 아시아권의 국가이긴 하나 떨어진 거리만큼 생각과 행동이 달랐다. 이는 가벼운 행동과 말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낸다.

 처음에 우리 팀이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한 주택에 찾아갔을 때에는 우리를 못 미더워 자기들에게 공구와 재료를 주면 자신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필요 없다며 내쫓김도 당했다. 아마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약과다. 우리가 계획했던 일정에 뭐하나 순탄한 건 없었다.


 그래도 기뻤던 사실 하나는 한국에선 실무적인 영어를 사용할 곳이 없었는데 여기에 와서 시험이나 연습으로서가 아닌 말로써 사용하고 그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울 순 없었다. 물론 봉사활동을 하거나, 유명 지역을 답사하면서 배우고 느낀 감정들 모두가 소중하고 알찼다.

 

 끝으로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여 모든 일정이 끝난 밤이면 팀원들과 다 같이 한방에 모여 그날의 활동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페인트 통 실어 나르는데 너무 무거웠어.”

나도 팔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하며 힘들었던 것도 말하고

어제 학교에 놀이터 지을 때 만난 애가 나 줬어

하며 필리핀 친구를 사귀고 선물을 받을 것을 자랑도 하고 오늘 하루 겪었던 좋았던 점들도 공유했다.


 오늘 봉사 활동하면서 있었던 일예로 보육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데 아이가 도망쳐 버리고 현지 주민과 같이 벽지에 페인트를 바르는데 갑자기 집주인이 나오더니 노래를 부르며 함께 벽을 칠했던 일들. 그런 일들을 팀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날의 피로가 다 녹아 내렸다.

 

 910일 동안 팀원들과 함께 실습하고 생활하면서 큰 사고 없이 잘 지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많은 것을 배울 기회였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해외 글로벌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참여하여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지만, 가끔 필리핀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같이 먹자고, 도전해보라고, 직접 경험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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