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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 (Ode to My Father, 2014)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by blank_in2 2017. 10. 24.


  • 드라마 / 12세 관람가 / 126분
  • 2014. 12. 17 / 관객수 1400만명 기록 (박스오피스 기준)
  • 감독 : 윤제균
  • 출연 : 황정민(덕수), 김윤진(영자), 오달수(달구), 정진영(덕수 부)

쌍천마 사나이, 윤제균


 

 영화 <국제시장>이 국내 개봉 영화 중 14번째로 누적 관객 수 1천만을 넘겼다. 이로써 윤제균 감독은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에 이어 두 번째 천만 관객 달성을 이룬 것이다. 이로써 그는 감독으로서의 대중성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가 천만을 달성했을 때에 비하면 덤덤했다고 한다. 그는 "한 번쯤 하고 싶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관객 수에 연연하기보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했다"고 하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의 영화에 조금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바로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흥행했다는 것이다. (<해운대>나 <국제시장>이 부산의 명소임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 지식인에 윤제균 감독님에 대해서라고 올라온 질문이 있는데 그 답변이 '윤제균 감독님은 주로 영화를 찍을 때 부산을 배경으로 찍으십니다.'이다.


 (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하자 영화 내 등장하는 '꽃분이네'는 전국적인 관광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손길이 다은 영화는 두 영화만이 아니다. 영화 <친구>에 걸쳐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7광구>, <히말라야>, <공조> 등 엄청나다. 이러니 다작 영화감독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영화 <국제시장>은 베를린 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았고, 빌란트 슈펙 파노라마 부문 집행위원장은 "국제시장은 분단과 굴곡진 현대사를 딛고 전례 없는 발전을 이뤄낸 대한민국을 장엄한 영화적인 필치(운치, 개성)와 인간적인 차원의 이야기로 훌륭히 풀어냈다."며 찬사를 보냈다.


 끝으로 쌍천마 윤제균 못지않게 대단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배우 오달수이다. 그는 괴물, 도둑들, 변호인, 국제시장, 베테랑, 암살, 7번 방의 선물까지 무려 7번이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를 그리다.



 영화의 제목은 '국제시장'이지만 정작 국제시장에 대한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국제시장이라는 제목에는 윤덕수의 삶의 의미가 더 많이 지니지 않았나 싶다. 그 윤덕수는 일반 개인이 아닌 그 시대의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다.


 1950년대 6.25를 겪고 난 한국은 실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피폐할 것이다. 그런 나라가 지금까지의 변화를 이루어 낸 것을 두고 어릴 적 사회책에서 읽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던가. 이 시대를 책으로 배운 나, 이지만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이 기적의 시대를 겪은 사람이다.


 놀라운 변화가 있는 만큼 그 변화에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흥남 철수 작전', '파독 광부', '베트남 참전', '이산가족 찾기' 등 한국 현대사를 배우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공부했을 주요 사건들이다. 하지만 그저 시험에 대비해서 사건과 년도를 암기하는데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화 <국제시장>이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던 세대들의 눈시울마저 자극했다. 여의도 광장에 모여 자신의 가족을 애타게 찾는 장면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 밖에도 파독 간호사 영자나 돈 벌로 독일로 간 덕수를 보면 애잔한 마음이 가득하다.


 정말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들 밥 안 굶기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기를 바라며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부모님 이야기를 그렸다.


정치적 논란?!



 천만 관객을 달성한 데에는 정치색 논란도 흥행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인물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을 가족에게 돌리며 슬픈 시대적 배경을 미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평론가로 알려진 허지웅과 진중권의 영화평이 화제가 되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이런 논란은 영화 <변호인> 때에도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제균 감독은 "애초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출발한 영화가 아니지만, 감상은 관객의 몫"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결론을 말하자면 윤제균 감독은 의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증거로 새마을운동 장면을 넣으려고 했으나 한 대통령의 업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삭제하고, 또한 부마 민주항쟁도 같이 삭제했다.


( 윤제균 감독은 2015년 1월 6일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함께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자세한 사항은 뉴스나 기사를 찾아보면 될 듯싶다.



주인공인 덕수와 영자의 탄생 배경



 윤제균 감독은 주인공 이름인 덕수와 그의 아내 영자란 이름에 대해 "아버지 성함이 윤덕수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어머니 성함은 오영자이다. 아버지께서 대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아마 그때부터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과거를 회상하며 말하길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제게 한 살 어린 여동생을 잘 건사하라고, 어머니도 잘 보살펴드리라고 당부했다."라며 "지금은 동생도 결혼해서 잘살고 있고, 어머니도 잘 모시고 있으니, 이만하면 아버지와의 약속을 잘 지켰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의 생활고도 덕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곧 IMF가 터졌다. 모두가 살기 팍팍해졌고, 그는 무급휴가를 받았다. 대기업 샐러리맨으로 입사했지만 가진 돈은 없었다. 지금 얘기하는 거라며 밝힌 것이 있는데 그는 유모차 한 대 살 돈이 없었던 일이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만큼 고단했다.


 이런 마음이 덕수에게 담겼다. 가장 위대한 남편이 되고 싶은 평범한 남편, 가장 위대한 아빠가 되고 싶은 평범한 아빠. 그게 바로 덕수이다.


실존 인물의 등장



 어떻게 보면 고증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시대의 유명한 인물들이 <국제시장>에 등장하는데 이를 재밌게 본 사람도 있지만, 어설픈 장면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다섯 명이 등장한다. 먼저 '현봉학' 미 육군 중장으로 흥남 철수 사건 당시 철수작전을 지휘하고 있던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에게 부탁하여 미군들이 배에 실려 있던 무기들을 버리고 대신 피란민들을 태워 철수할 수 있게 한다.


 그다음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외치는 정주영, 현재 현대그룹 회장이 등장하고. 다음으로 고깃집에서 회식하는 씨름 선수 이만기, 덕수네 옷 소매에서 영감을 얻고 가는 디자이너 앙드레김 그리고 가수 남진이 차례로 등장한다.


Ode to my father. 아버지께 바치는 시.



 관람객 평점은 9점대에 가깝지만, 평론가의 평점은 5점대에 머무르고 있다. 평론가들이 주로 비평하는 부분은 윤제균 감독 특유의 신파적 스토리와 미흡한 연출을 마이너스 요소로 잡았다.


 즉 한마디로 하자면 신파조의 스토리와 너무 뻔한 얘기를 너무 밋밋하게 연출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해주고,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부모 세대를 이해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매개가 된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감독은 점수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 <국제시장>을 제작한 특별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파독 광부로, 베트남 기술자로 떠나 험난한 삶을 사는 주인공 '덕수'의 이야기가 바로 윤제균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비록 영화 속 '덕수'와 완전히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 굴곡만큼은 비슷할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2004년부터 줄곧 <국제시장>을 구상해 왔으며 이 영화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라 말했다.


 영화 대사 中 "내가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하는 대사는 윤제균 감독이 아버지께 드리고 싶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