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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2. 03 김치 선물

by blank_in2 2017. 12. 5.

 집에서 나와 타지에서 자취 하는 학생에게 밥은 아주 중요하다. 기숙사에 거주할 때에는 항상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기숙사를 나와 자취방에 거주하면서 제대로 밥을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요리를 하는 것도 설거지를 하기도 귀찮다)


 처음에는 기숙사 외부인 식사 신청을 하면 간단히 해결될 것으라 생각했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먼 거리를 걸어가는 게 여간 쉬운 일 이 아니었고, 또 점심이나 저녁때 시간 맞춰서 기숙사 식당을 가는 것도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나 개인 약속이 생겨서 기숙사 식당까지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맞지 않는 것이다. 

 

 또 기숙사 식당까지의 거리가 걸어서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그 거리를 제대로 씻지도 않고 가려니 부끄러운 것도 있다. 기숙사에 거주할 때야 잠깐 모자를 눌러쓰고 3분 만에 걸어가 빨리 밥을 먹고 기숙사로 돌아가면 해결될 일이지만 지금은 자취방에서 막 일어난 상태로 기숙사까지 가려니 부끄러운 것이다. 뭐 꼭 이런 문제 때문만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기숙사에서 밥 먹는 것을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 식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가장 큰 문제다. 아침은 우유와 콘프라이크로 겨우 해결을 한다. 하지만 점심이나 저녁은 뭘 먹어야 하나 매일 고민한다. 역시 기숙사 식당에서 밥걱정 돈걱정 안하고 먹을 때가 제일 속 편했음을 느낀다. 집에 양은냄비 하나를 제외하고는 요리 도구는 하나도 없다. 처음 자취방을 계약하면서 다짐한 게 


"나는 여기서 꿈을 이루기 위해 왔다."이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낯간지럽고 부끄러운 말일지 모르나 그 당시 정말로 나는 내가 원했던 꿈을 달성하기 위해 큰 리스크를 안고 자취방을 계약한 것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 몰래 혼자서 생각하고 실행했다. 그래서 밥그릇이나 국그릇 같은 것도 하나도 없었고, 가끔 라면이나 한번 해 먹자는 생각으로 양은 냄비를 하나 샀다. 초기에는 냉장고에 아무것도 든 게 없어서 항상 전원 코드를 뽑아놓고 지냈다.


 그때 생각한 게 나는 여기서 밥이나 해 먹자고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나 재계약을 하고 2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은 매번 밥 먹는 게 문제다. 아침을 콘프라이크로 먹으니 점심이나 저녁 중 한 번은 그래도 쌀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 어찌 됐든 진짜 밥을 먹으려 애쓴다.


 그러다 보니 몸에는 안 좋다지만 어쩔 수 없이 매번 집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와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돈은 돈대로 깨지면서 그 돈에 비해 기회비용은 아주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왕복 30분 거리의 기숙사를 왔다갔다 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집에 밥솥을 사 요리하기도 싫고, 그저 빨리 꿈을 이루고 집을 옮기는 게 가장 좋을 듯 싶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김치다. 일주일에 라면만 10번은 넘게 먹으니 김치의 중요성을 말할 것도 없다. 생라면에 삼각김밥만 같이 먹으면 뭔가 어색하다. 좀 새콤매콤한 맛을 같이 먹고 싶은데 그게 바로 김치다. 그런데 김치를 사 먹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겨우 한 포기가 1만 원을 넘어가니 말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마트에서 2주나 3주 간격으로 김치 한 포기를 사서 먹었다. 돈이 궁핍한 날에는 라면만 먹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 김치가 간절했다.


 그런데 이번에 석현이가 고향에서 김장을 하러 간다길래 긴급히 카톡을 넣었다. 내 것도 부탁한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운 좋게 석현이에게 김치를 5포기나 선물 받았다. 물론 이는 석현이 어머니가 주신 것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부터 나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집에 놀러 갔을 때도 항상 밝게 맞아주셨던 석현이 어머니께 항상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