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뿌둥한 머리를 부여잡고 잠에서 일어났다. 머리가 살짝 어지럽고 몸을 가누기 힘든 게 생각해보니 어제 술을 마셨구나 싶더라. 또 필름이 끊겼나 걱정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하나하나가 다 떠올라서 그렇게 문제 될 건 없다. 최근에 술 마실때마다 필름이 자주 끊겨서 행여나 친구들이나 형동생에게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을 자주 한다.
근데 어제 그렇게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이 정도나 숙취가 되나 싶어서 몸이 많이 허약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다. 정말이지 운동부족이다.
어제는 맥주 3천을 시키고, 소주 3명을 마셨다. 3명이 나누어 마셨으니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싶지만 1시간 만에 급하게 마시는 바람에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 잠들었나 싶다. 또 월말 정산 때문에 메가박스에서 오래 붙잡혀 피곤했던 것도 겹쳤으리라. 아무튼, 해장을 하기 위해 급한 대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의자에 앉아 잠시 멍을 때렸다.
우슬이 에게 갚아야 할 돈 12,500원 그리고 민준이에게 갚아야 할 돈 10,000원 훈정이에게 갚아야 할 돈 37,000원 또 밀린 가스비랑 전기세...
젠장 많이도 빚지고 산 듯싶다. 요즘 해장으로 먹는 국밥 한 그릇에 7천 원이나 하니 밥 한 번만 얻어먹어도 거의 만원을 빚지는 셈이다. 하아 내 월급날이 매월 10일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일주일이나 넘게 남았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다.
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리 사두었던 우유와 콘프라이크가 있으니 배고플 걱정은 없다. 그리고 저번에 받은 감도 아직 한 뭉텅이나 남아 있으니 굶주려 죽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이렇게 계속 빚진 상태로 있는 것은 마음에 걸린다. 무작정 내 월급날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또 큰돈은 아니라 할지라도 늦게 갚으면 내 이미지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휩싸인다.
대책없이 돈쓰는 자의 최후가 이런 모양이리라.
결국,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쓰고 싶지 않은 수이기도 한데, 그것은 바로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평소 안부 문자도 잘 하지 않는 무뚝뚝한 사이인데, 내가 급할 때만 연락을 취하는 모양이 참 우스워 정말 쓰고 싶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몇 번을 망설이다 전화기를 들어 카톡을 보냈다.
"엄마, 나 용돈 좀 보내줄 수 있어?"
참 비참하다. 이 나이 먹도록 부모님에게 용돈을 구걸하다니 말이다. 어서 빨리 독립을 하고 싶은데 내 능력이 이 모양이라 매번 좌절한다. 꿈에서는 용돈을 내가 받는 게 아니라 부모님께 자랑스레 주는 걸 꿈꾸는데 현실은 그와 반대라 서글프다.
내가 부모님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노후 자금도 마련해야 하고, 또 부모님만의 인생이 있는데, 내가 언제까지나 도움을 바라는 아이, 걸림돌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커오면서 받았던 많은 베풂을 잊어서 안 된다.
사고능력이 없었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셨던 부모님의 사랑이 있어서이다. 그러니 나 또한 어서 빨리 안정된 수입과 능력을 갖추고 갚아 드려야 한다. 부모님이 가고 싶어 하는 곳에 여행도 보내드리고, 드시고 싶은 음식이나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도 사드릴 수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부모님 등골이나 빼먹는 한심한 자식으로 남아있을 것인가. 이제는 효도도 하고, 용돈도 드리는 멋진 아들이 되고 싶다. 힘내자.
'글 > 인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12. 03 김치 선물 (0) | 2017.12.05 |
---|---|
2017. 12. 02 미들분들과 함께 마감하다. (0) | 2017.12.04 |
2017. 12. 04 티스토리 초대장 1장 배포[마감] (12) | 2017.12.04 |
2017. 11. 30 또 다시 술 (alchohol again) (0) | 2017.12.03 |
2017. 11. 29 도저히 안돼 (0) | 2017.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