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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2. 05 자취방 기습 공격

by blank_in2 2017. 12. 6.


아침 9시가 넘어 눈을 떴다. 잠에서 일어나는 첫 번째 이유는 항상 추위다. 안에 내복을 입고, 그 위에 겉옷을 입은 다음 두꺼운 이불을 넓게 펼쳐 바람 한 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자는데도 항상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떨며 잠에서 일어난다. 어제만 해도 난방만 거의 3시간이나 해놓았는데도 이 모양이니 가스비는 가스비대로 많이 나올 테고 추위는 추위대로 다 느꼈다. 전기장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걸 살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멍한 상태에서 노트북부터 전원을 켠다. 노트북 부팅시간 동안 시계와 다름없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오늘 친구와 영화 보러 가기로 했단 걸 깨닫는다. 오늘 '해피 데스데이'나 '기억의 밤' 을 보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기억의 밤'이 무섭다는 평이 많아서 '해피 데스데이'를 보기로 했다. 나이를 먹어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검은 사제들'이나 '곡성' 같은 것들도 무서워서 혼났다.


 아무튼, 그러면 스릴러나 호러를 제외하고 보면 될 일인데, 지금 상영하는 영화 중에 마땅히 끌리는 영화가 하나도 없다 보니 그나마 공포 장르이긴 하나 주변에서 평이 좋았던 '해피 데스데이'를 보기로 한 것이다. 나는 지금에서 영화 상영시간까지 한참이나 남았으니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해피 데스데이의 영화 상영시간은 18:30분이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본다고 가정하면 한 4시 반에 만나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영화관을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으로 생각했다. 친구와의 카톡에도 그렇게 시간 약속을 잡았고, 난 느긋하게 책을 보면서 핸드폰 게임도 조금하고, 늦게나마 점심을 조금 먹을 참이었다.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보니 내 친구인가 보다. 원래 오늘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놀랍지는 않지만, 지금 시간은 겨우 2시경. 이 친구가 2시간이나 넘게 일찍 도착했다. 전혀 반갑지 않다. 


'나는 지금 최고의 행복을 누리던 중이었다고!'


 그렇다고 돌려보낼 수는 없다. 여기까지 찾아온 친구를 어떻게 다시 보내겠는가. 일단 문을 열어 친구를 맞이했다. 씻지도 않아서 머리는 떡지고 옷은 후줄근한 상태였지만 그런 걸 보이는건 전혀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시간을 방해한 것! 차오르는 짜증을 억누르고 담배를 태운다. 왜 이렇게 빨리 왔냐는 질문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집중이 너무 안되서 일찍왔단다.


'그래'


 이왕 이렇게 온 거 어쩔 수 없지. 바로 보일러를 틀고 샤워를 한 뒤, 옷을 챙겨 입고 카드와 핸드폰을 챙기고 밖으로 나간다. 예정과는 아주 다르지만 그런 것 따위 무시해 버린다. 당구장에서 친구와 당구비 내기를 한 판 하고, 또 학교 자취방에서 번화가까지 40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간다. 거센 바람과 추위에 얼굴이 얼어붙기 일보 직전이지만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걷다 보면 그런 거 잘 모른다.


 오락실에 들러서 게임도 한 판 하고, 원래는 9,900원 삼겹살 무한리필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순간의 유혹에 휩싸여 초밥 무한리필 집으로 갔다. 고기는 다음에 먹어야지. 배 터지게 초밥을 먹고 나서는 본래의 목적이었던 영화관에 가서 '해피 데스데이'를 감상했다.


 오늘 하루 신나게 놀고 시간을 보니까 해는 지고, 밖은 어두워져 어느새 9시더라. 친구도 집으로 돌아갔고, 나도 집에서 샤워하고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했다. 밖에서 계속 싸돌아다녔더니 몸은 피곤하고, 눈을 계속해서 감기려고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 춥다. 언제쯤 따뜻해지려나.


 그런데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이 오면, 자취방 재계약부터 부모님과의 대화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아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