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5월 xx일
그들은 수군거리고, 수군거리고 또 수군거리겠지. 평소와 같으면 학교에 있을 시간. 나는 그저 집 소파에 기대어 누워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나는 생각한다.
‘가고 싶지 않아...‘
아침 쨍쨍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컴컴해 지고 있었다. 열어 놓았던 창문 사이엔 반갑지 않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창밖의 거리는 많이 번잡해진 것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는데...'
일찍이 학교로 등교했던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학교에 있었던 시간으로는 부족했는지 친구들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어떤 학생은 차가 지나다니는지 한 번 확인하고는 축구공을 차고 달리기를 반복했고, 누구는 편의점에 들어가 간식거리를 사 들고 나와 먹기 시작했다.
그 거리에 학생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검은 비닐봉지를 뚫고 삐죽 튀어나온 대파를 들고 다니는 아주머니, 길었던 하루 일에 지쳐 어깨를 축 늘어놓고 지나가는 젊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각자의 집을 향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엔 매일을 밤늦게 야자까지 하고 집에 가노라면 다 꺼진 어두컴컴한 거리에 가로등만이 있었고 대학생 시절엔 밤낮없이 술을 마시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하고, 잔다고 집 앞의 풍경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내가 창밖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상태지만,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저 무리 속 한 명이었겠지.
‘참 평온하다.’
그러자 나는 신기하게도 지금껏 내가 겪은 모든 것이 장난처럼 생각되었다.
학교에 다닌다는 것에서 비롯된 모든 것에 대해서 매달리고 낑낑대며 스트레스를 받는 게 우습다고 생각되었다.
‘정말 별일 아닌 거였어.’
대학교, 나의 동기들에게는 그 소문에 대해서 일부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누구에게 털어놓고, 변명하고, 억울한 척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만두겠다. 내의 감정을, 한때의 사랑을 그저 그런 구차한 변명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남에게 밝히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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