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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2. 13 변화, 미용실

by blank_in2 2017. 12. 16.

 



 한 달에 한 번은 꼭 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미용실이다. 예전에는 미용에 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저 학교에서 말하는 두발 규정에 맞게만 잘라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이니 스타일이니 할 것도 없이 규정에 맞게 잘랐는지가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규정에 맞지 않으면 미용실을 재방문 해야 한다. 두발 검사를 하는 시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매일 교문에서 검사했기 때문에 운 좋게 며칠을 피해 다닐 수 있을진 몰라도 어차피 며칠 못가 학교 교문에서 걸려 벌을 받게 된다. 


정말로 운 좋게 매번 교문을 통과했다 하더라도 아침 조회시간에 걸리기 일쑤였다.


 그러니 학생때 나에게 미용실을 가는 건 아주 귀찮은 일이다. 왜들 그리 가만히 두지 못하는지 머리카락이 길면 어련히 알아서 자르지 않을까라고 조금 시건방지게 생각은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불과했고, 불량스러운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규정은 필요하긴 했다. 나는 규정에는 잘 따랐다. 괜히 선생님과 다투고 싶지도 나서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초등학교 때는 조금 달랐었다. 그때는 딱히 제한된 규정은 없었고, 친구들을 보면 파마머리를 하거나 노랗게 염색도 했고,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친구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딱히 모자를 쓰고 있겠다고 해서 문제 될 것도 없었고, 만약에 두발규정이 있었더라면 아마 그건 '청결한 상태를 유지' 정도가 되겠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게 있다면 머리에 비듬이 있는 친구들에게 머리 깜기를 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초등학생 때에는 웃을지 모르지만 나름 미용실을 가려서 갔었다. 한 번 그 미용실에서 마음에 들지 않게 커트를 해주면 다시는 거기로 가지 않았다. 적당한 길이의 윗머리와 깔끔하게 옆과 뒷머리 라인을 정리해주고, 적당한 구레나룻 길이를 맞춘 다음에 앞머리를 눈썹의 살짝 위로 맞추면 완벽하다. 

 하지만 그때는 뭐가 그리 부끄러웠는지 설명도 잘 하지 못하고 '그냥 정리만 해주세요'라고 말만 해서 커트를 마치고 실망한 적이 많았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마치고는 모든 제약이 풀렸다. 아마 그간 하지 못했던 것들의 절반 이상을 할 수 있게 됐으리라. 나머지 절반은 20살이 지나면 할 수 있다. 밤늦게 심야 영화를 보러 가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고, 학교도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 없이 오후 4시쯤이면 모든 일과를 종료하고 마칠 것이다. 또한, 몇 예체능 및 수시 생들의 논술이나 면접준비를 제외하고는 학원도 갈 필요 없다. 친구 집에서 모여 다 같이 게임을 즐기거나 해가 떨어질 때까지 공을 차고 집에 들어가도 된다.


 그러니 머리를 길러도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수능을 치고 난 다음날과 수능 성적표를 받으러 간 두 날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애들이 어떤 머리를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염색도 하고 파마도 했을 것이다.   나도 그때 처음으로 볼륨펌을 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정말로 나는 셀카를 잘 찍지 않는데, 그 파마머리를 하고 무척 마음에 들어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의 머리를 찍고 SNS에 올렸던 부끄러운 시절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다.


 아무튼, 오늘이 11월에 커트한 이후로 거의 한달 조금 지난 날이라 머리를 정리하려고 미용실에 들렀다. 수아 선생님께는 약 1년 정도 계속 커트를 부탁하고 있다. 여자 선생님이긴 하지만 남자의 마음을 잘 안다고 해야 하나, 매번 커트를 할 때마다 너무 만족스러워서 다른 미용실은 이제 가지 않는다. 

 여기 미용실을 찾기 전에는 집 주변의 미용실을 다 돌아다녀 봤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커트 후 머리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여기서 자르고 나서는 스트레스가 하나 줄었다. 아니 반대로 행복을 하나 찾았다고 해야 겠다. 이젠 미용실에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아니라 예쁜 머리를 해주는 행복으로 바뀐 것이다.


 어저께 여권을 받아왔고, 이제 2주 뒤면 일본 여행을 가야 하니 적당한 시기다. 사실 짧은 머리를 하기엔 추운 날씨지만 그때쯤 가면은 자연스럽고, 이쁘게 길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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