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기로 한 '하회탈 안동찜닭' 음식점은 사람이 꽤 많이 오가는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고, 당시 인터넷에서 맛집으로도 유명한 곳이어서 식사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손님이 엄청났다. 그래서 나는 자동으로 조금도 쉴 새 없이 일했다.
저녁 5시부터 밤 9시까지 주방에서 주방장님을 도와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이 먹고 남은 그릇을 설거지했다. 정말로 화장실을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방 밖에 나갈 틈조차 없이 쏟아지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치우고를 반복했다. 고무장화에 앞치마 그리고 고무장갑을 끼고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 보면 주방에선 보이지 않지만 해가 완전히 져버리고 네온사인 하나둘씩 켜지면서 일이 끝난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 하나가 주방 업무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1층으로 옮겨다 버리는 일이다. 음식점은 2층에 있고, 따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이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옮겨야 하는데 그게 장난 아니게 무거웠다. 상상해 보라 무수히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데 남은 음식물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주방장님이랑 같이 음식물 통을 나란히 들고 낑낑대면서 1층으로 내려갔던 게 추억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땀에 흠뻑 젖은 티셔츠의 냄새를 맡고 버스를 못 타지 않을까 고민했다. 아니 탈 수는 있겠지만 한참 버스에 사람들이 많이 타는 시간대라 주방에서 일한다고 배긴 냄새와 땀 냄새까지 섞여 이 상태로 버스를 타면 백 퍼센트 민폐다. 그래서 나중에는 출근할 때만 버스를 타고 오고 집으로 갈 때는 자전거를 이용했다.
그렇게 일주일 중 5일을 치열한 노동을 하면서 무기력한 삶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무기력 다음에는 새로운 친구가 찾아왔다.
별 생각 없이 하게 된 음식점 아르바이트였지만 일을 하다 보니 음식을 나르고, 그릇을 닦는 것에서 보람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음식점은 부부가 같이 운영하는 식당이었는데, 사모님은 계산과 서빙을 맡으셨고 사장님은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했다. 서로 부부라 그런지 일할 때 호흡이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사장님이 조금 무뚝뚝한 편이고 사모님은 활발한 성격이라 두 분의 케미가 끝내줬다.
그리고 나 말고도 같이 일하는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두 명이 있었다. 나랑 동갑내기 친구였다. 그 애는 서빙 쪽 일을 맡아서 했고, 나는 주방에 들어가 사장님과 함께 조리와 설거지를 담당했다. 나중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친구들은 고등학생때부터 찜닭집에서 일해왔다. 어쩐지 나와는 달리 일을 잘하더라.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친해지진 못했다. 같은 음식점,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그 애는 홀에서 주로 일을 하고, 나는 주방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업무시간에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다. 하는 말이라고는
그 애가 “간장(찜닭) 대자 한 개” 하면은
나중에 “간장 대자 나왔어” 정도이다.
손님들이 빠지고,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몇 마디 건넨다.
“수고했어!”
“우와, 오늘 손님 진짜 많지 않았어?”
그렇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헤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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