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부모님께 아르바이트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별로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그저 조심하라는 말과 맡은 일은 책임지고 잘 해야 한다고 말한 정도이다. 나는 행여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고 반대하면 어쩌나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방학 동안에 고생도 해 보고, 돈도 벌어서 저축도 하겠습니다.”
부모님은 나에게 잘 생각했다면서 칭찬해 주셨다. 내가 생각해도 나중에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의존하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하면 자랑스러울 것 같다. 물론 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맞다. 지금은 한참이나 지나 이때를 회상하고 있기에 더욱 그때의 잘못들이 확연히 드러난다. 친구들과 술 약속이나 PC방에서 게임 등의 개인 사정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결석하거나 지각한 적도 있었고, 공장에서의 일이 너무 힘들어서 무단결근으로 도망친 적도 있다. 이 외에도 근무하기로 하고 가지 않은 날도 있다. 정말 부끄럽고 죄스러운 일들이다. 부모님이 예전에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해야 한다고 했던 말이 지금에서야 와닿는다.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봤겠는가.
(물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악덕 업주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는 전혀 미안하지 않다)
처음 아르바이트를 구하려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별로 없었는데, 갓 사회 초년생이 된 내가 미덥지 않게 보였나 보다. 대부분의 나이 제한에서 고등학생을 받아주지 않았다. 나이를 먹고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고등학생인 아르바이트생들이 2월, 3월이 되면 그만둘 게 뻔하기 때문에 고용업자들 입장에서는 단기간만 일하는 노동자를 채용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일단 지원자격이 맞는 곳이라면 무작정 전화를 걸어 아르바이트를 지원했다. 음식점, 편의점, 공장 등 많고 많은 아르바이트장에서 사람들은 편하고 근무하기 좋은 환경에서 일하라 하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그리고 나는 첫 근무이기에 어디든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중에 무작정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크게 데인 적도 있다. 근무지 선택은 정말로 중요함을 느낀다 자신의 적성이나 성격, 그리고 위치 등 모든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그렇게 나는 ‘하회탈 안동찜닭’ 집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집을 나서 처음 출근하는 날 길을 헤매지 않기 위해 인터넷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를 몇 번이고 보고 외웠다. 가는 길에도 처음 일하려고 하니 긴장되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니 출근 시간에 15분 전에 도착했다. 나름 만족스러웠고 힘차게 가게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입니다.”
낯선 사장님 부부가 나를 반겨주었고, 어색함에 나도 멋쩍은 웃음만 보였다. 근무복을 착용하면서 일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고, 내가 돈을 번다는 왠지 모를 설렘도 있었다.
그렇게 내 첫 아르바이트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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