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10분 정도 일찍 출근하고서 주방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면 흰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뛰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찍 일찍 좀 다녀” 하며 사장님도 아닌 내가 괜히 잔소리한다.
160cm 정도의 자그마한 키에 술이나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을 것만 같은 귀여운 친구다. 걔를 보고 있자면 괜히 말 한마디 더 걸어보고 싶고, 장난도 치고 싶었다. 그러다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뛰어오는 모습이나 가끔 홀에서 실수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울 정도였다.
밤 9시, 오늘 하루 치의 근무가 끝나가면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아르바이트생 이렇게 저녁을 같이 먹었다. 내가 힘든 주방일을 참으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것은 아마 일 마치고 먹는 저녁이 너무 맛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처음 찜닭을 먹어보고 바로 알 수 있었다. 여기가 왜 맛집이고 이렇게 찾아오는 손님이 많은지 말이다.
그렇게 일을 끝내고 자연히 걔랑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아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방에서는 불판 앞에서만 계속 있어야 하고 주방장님은 성격이 많이 묵묵한 분이셔서 일하는 동안 입을 열 시간이 없었다. 잠깐의 틈이 생겨도 그저 주문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시며 홀만을 바라보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한쪽 고무장갑을 벗어 핸드폰을 만지곤 했다. 그래서 밥을 먹으면서 그 애랑 대화를 나누는 게 나에게는 유일한 대화의 즐거움이 되었다.
걔가 먼저 시작했다. 처음 내가 들어왔을 때 어리바리하게 생겼다면서 걔가 사모님께 다른 아르바이트생 구하자고 했던 이야기나, 어떤 때는 급하게 전달하려고 하다가 실수로 그릇을 엎지르기도 했던 때를 이야기하며 비웃었다.
나도 이대로 질 수 없어서 걸리지도 않던 탁자에 발에 걸려 반찬을 엎질렀던 얘기로 받아쳤다. 그리고 서로 몰랐던 실수나 웃겼던 일들을 말하면서 웃었다. 아마 지금 생각에 걔도 사모님이 있다지만 동갑내기 친구랑 대화하는 게 많이 좋았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 애와는 많이 친해졌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걔는 앞서 말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일했으면 엄청 부자겠다”란 말에 옷 사고, 놀러 가고 했더니 모은 건 하나도 없다고 대답했다.
일주일 중 5일을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하루가 알게 모르게 지나 가버렸다. 시간은 어느덧 2월이 되어 이젠 친근해진 생활을 청산해야만 했다. 대학이 집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찜닭 집에서 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원래 3개월만 근무하기로 했던 것이라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그만둘 날이 다가오니까 섭섭한 것이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문을 나선 후 편의점에서 그 애와 함께 맥주 한잔을 했다. 처음엔 그저 무료함을 떨쳐 버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일을 하면서 정이 꽤 많이 들었었는데 이젠 그만두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 서로 인사치레 같은 이야기를 하며 맥주를 마셨다.
일을 그만두고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음식점에 들렀다. 인사도 드릴 겸 친구에게 내가 일했던 곳을 자랑하려고 한 것도 있다. 나는 빠졌지만, 여전히 호흡이 좋은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일하는 그 애를 봤다. 밥을 다 먹고 계산을 하면서 말한다.
“이제 못 보겠네. 잘 가!”
“응, 수고해”
그렇게 작별 인사를 했고 이것이 나의 첫 아르바이트였다. 비록 3개월이었지만 정말 즐겁게 일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친하게 지냈지만, 대학교를 간 이후로 서로 바빠 자주 연락하지도 못했고 나중에는 연락처가 없어져 버려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는 친구야! 너도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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