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4월 xx일 금요일
중간고사가 끝났다. 대학교 들어와서 처음 보는 시험에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크게 못 친 것 않은 것 같다.
“야 너 많이 적었냐?”
어젯밤 마지막 시험 한 개를 남겨두고 밤새 같이 술을 마신 동기에게 물어보았다.
“뭐, 대충 소설 한 편 멋지게 썼지”
객관식이 주를 이루던 고등학교 때의 시험과 달리 대학교 시험의 대부분, 아니 모든 시험이 서술형으로 이루어졌다. 교양이나 전공 구분할 것 없이 말이다. 몇 개의 단답형 문제도 있었지만, 객관식은 하나도 없었다.
서술형 문제를 만만하게 보진 마라. 대학 논술을 준비했다면 모를까. B4사이즈의 답안지를 양면으로 빽빽하게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 서술형 시험은 그냥 되는대로 아는 걸 전부 쓰면 된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공부한 배경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어야 가능할 일이다. 내 동기처럼 소설을 쓴다거나, 마구잡이로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그리고 중요한 건 대학 시험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서술형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에서 중요한 건 글의 양이나 길이 따위가 아닌 필수요소가 다 들어가 있냐의 유무이다. 공대나 자연대는 잘 모르겠지만, 인문대나 사회과학대학의 경우 문단의 주제와 부연설명이 완벽해야 A를 받을 수 있다. 어설프게 답안을 기술한다면 B의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이는 시험뿐만 아니라 과제에서도 동일하다.
'아무튼 서술형은 어렵다'
또한 수업마다 점수를 부여하는 퍼센티지가 달랐고 그에 맞춰서 대비해야 한다. 출석, 과제, 발표, 중간고사 그리고 기말고사 등의 비중을 잘 파악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망해버렸다. 어제 먹은 술이 문제다. 공부도 어느 정도 해 놓은 상태였고, 단 한 과목만 남았기 때문에 방심하고 과음을 해버렸다.
'젠장...'
교수님마다 수업을 진행하는 성향이 다 달라서 교수님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편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출석을 중요시하는 교수님의 수업은 절대 지각이라도 하면 안 된다. 별도의 태도 점수가 감점되기 때문이다. 또 과제나 발표 등을 중요시하는 교수님의 경우에는 플러스알파로 특별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교수님들은 수업하는 도중에 일부 시험 내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려 주는 교수님도 있다.
'하아... 모든 교수님의 성향까지 다 파악까지 했는데'
입학할 때 1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았던 나로서 2학기에도 장학금을 받기위해 꽤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안좋다니, 제길 오늘은 술로 밤을 지새워야겠다. 사실 오늘 교양 과목의 시험이 제일 막막했다. 그저 동기들하고 같이 수업을 듣기 위해 신청한 과목이라 별로 흥미도 없었고, 또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아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교수님이 그냥 아주아주 폭넓은 시험 범위만을 알려주신 채 그 외의 시험에 대한 조금의 힌트도 주지 않는 경우였다.
“중간고사에 책 반 권을 시험 범위로 정한다는 게 말이 되냐? 이걸 전부 어떻게 공부하라는 거야.” 한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꿀이라고 소개해준 선배들이 밉다.
이런 경우엔 비밀리에 내려오는 족보가 있다는데 나는 그런 걸 받지 못했다. 아마 족보가 내 손에 있었다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을 텐데. 학과 생활을 잘하는 동기들은 선배들에게 족보를 구해서 시험을 잘 봤다는 소문은 나중에 알게 됐다.
“비겁한 녀석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라고 친구가 욕을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다 사회생활을 잘한 그들의 능력이라면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나는 이거 배운 기억이 없는데...?”
“그때 너 낮술하고 와서 수업시간 내내 잤잖아” 친구가 웃으며 답했다.
“아... 학교 앞에서 돗자리 깔고 다 같이 막걸리 마신 날...”
대학교 수업은 아시다시피 고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업 분위기를 크게 흐리지 않는 선에서 핸드폰을 사용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있고, 대놓고 잠을 자는 학생도 있었다. 술 마시고 와서 술 냄새를 풍기는 건 다반사였다. 학기 초에 술자리가 얼마나 많은가.
“야 XX, 오늘 시험도 다 끝났는데 있다가 밤에 술 고?” 친구가 물었다.
“미안 오늘 내 약속 있다 담에 가자”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시험이 전부 끝났기도 했고, 더 중요한 건 밤에 연우랑 밥을 먹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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