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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단편 소설 - 고백 (3)

by blank_in2 2017. 12. 19.

“XX야 나 너 좋아해...”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했다.

 

 수진이는 연우의 단짝 친구. 그 둘은 전공수업이든 교양수업이든 아니면 화장실을 갈 때도 항상 붙어 다녔고 밥을 먹을 때에도 술을 마실 때도 함께 있었다그러다 보니 연우랑 만날 때는 수진이도 같이 만나는 경우가 많았고, 시험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같이 할 때도 자연스레 수진이가 옆에 있었다.

 

 목적은 연우랑 친해지는 것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수진이와도 친해졌다. 그런데 수진이가 나에게 고백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것도 연우에게 고백하고 차인 그날에 말이다. 수진이 얘기는 조금있다가 마저하겠다.

 

 연우에게 차인 이후로 연우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걔 생각이 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닌다. 술을 마시는 지금 이 순간조차도 심장이 먹먹하다. 예쁜 얼굴이 머릿속에 선명한데, 좋았던 추억이 생생한데,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 연우 생각이 들지 않게끔 계속해서 술잔을 비웠다.

 

"그땐 왜 이렇게 미숙했을까..."

 

지금이라면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에겐 애교지만 연우에게는 약간의 허세가 있었다. 술이 세서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하고, 어릴 적 부모님이 PC방을 운영하셔서 아는 언니·오빠가 많다던가 등 그렇게 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있는 허세 없는 허세를 다 보일 때면 너무나 귀여웠다. 그래서 걔의 투정을 다 받아준 게 문제였을까.

 

너는 담배 안피워?”

 

...

 

 연우와 친해지고 나서, 연우는 자신이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털어놓았다. 그리곤 나에게 담배를 피우는지 물어본 것이다. 뭐라고 답해야 했을까. 실제로 술을 마실 때면 친구 놈의 담배를 뺏어서

 

야 몸에도 안 좋은 거 왜 피는데” 하며 펴보기도 하고, 담뱃갑이 예뻐서 이건 무슨 맛으로 피냐고 몇 번 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잠깐의 호기심에 불과하지 내 돈 주고 담배는 아까워서 사본 적이 없다.

 

콜록 콜록

 

 얼떨결에 연우가 주는 담배를 자연스레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괜히 내빼면 모양이 상할까 봐 였다. 아마 갑과 을이 확연한 관계였으리라. 나는 읍인 나를 갑인 연우에게 맞추기위해 안피우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바보같긴. 연우가 웃으며 말하길

 

오랜만에 펴서 그래

 

 아마 이때부터 담배를 피웠던 거 같다. 처음엔 피지도 않는 담배를 한 갑 사서 주머니에 넣고 다녔고, 연우가 남자애들 몰래 나갈 때 따라가서 담배를 피웠다.

 

이건 뭐 어린애들이 비밀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참...’

 

여자 한 명에 이렇게 휘둘리는 모습에 내 친구들은 나를 무척이나 한심하게 여겼는데 나는 진심으로 연우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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