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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단편 소설 - 담배(2)

by blank_in2 2017. 10. 21.

 내가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 ‘그 애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하겠다. 그건 아주 슬픈 사연이니까 지금 여기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뭐 엄청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담배 말보루도 'Man Always Remember Lober Because Of Romance Over'(남자는 지나간 로맨스 때문에 항상 첫사랑을 기억한다.)의 약자가 아니던가. 그냥 사랑 때문이다. 사랑이 담배를 가르쳐?!


 아무튼 누구나 자신의 생명을 태우며 담배를 피는 데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다 싶다.



 평범한 하루 일상.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고, 또 씻고 학교에 가는 게 귀찮다.


“아~ 학교 가기 싫다”


 학교에 도착해서 공부하는 것도 잠시, 교수님의 말을 흘려들으며 생각한다.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집에 간다고 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니까.


“아~ 아르바이트 가기 싫다.”


 공부하기도 싫고, 일하는 것도 당연히 싫고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 것조차 귀찮은데 담배는 꼭 피운다.


 어찌 보면 나태함 속의 나를 빼내 오게 만드는 것은 담배다. 5분 더 일찍 일어나서 담배를 피우고, 5분 더 미리 준비해서 담배를 피우고, 아르바이트 쉬는 시간에도 꼬박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니 얼마나 부지런한가.


“하아….”


 사실 한숨이 나온다. 부지런하긴 뭐가 부지런해. 비아냥거리지 마라.


“나눠서 낼 등록금과 자취방 월세, 대출 이자와 식비, 생활비….”


내가 메꾸어야 할 수치가 머릿속에 들어오면 뇌가 사고를 멈춘 것인지 머리가 공허하다. 마치 잠을 너무 오래 자서 머리가 띵한 것과 비슷하다. 이게 기초적인 삶의 무게인가


 청춘임에도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설레지도 물론 두근거리지 않는다. 갑갑하고 답답함이 가득하다. 모든 게 하기 싫고 겨우 20대밖에 안됐는데 인생이 막막하고 허망하다 느낀다. 몸은 어린데 생각은 완전 애늙은이다.


그때 그저 담배를 하나 물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면 머릿속이 리셋되어 맑아진다. 실제론 폐가 썩어나겠지만 그래도 담배를 물고 있는 그 순간만은 자유롭다고 느낀다. 담배에 중독되면서 자유를 느낀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금 계속 담배, 담배라 하는 것도 실로 짜증이 난다. 담배 좀 끊으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일수도, 담배의 탁한 냄새가 자취방에 배여 잘 안 빠져서일 수도 있고, 담배를 싫어하면서 담배를 찾는 나 자신의 모순에 화가 나고, 한 갑에 4,500원 인 것도 있다. 또 최근 들어 예전보다 탁해진 피부를 바라보는 것도 이유다.


그렇게 그저 담배와 연관됐다 싶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나 자신을 사랑하라고 했던가?!


내가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누가 나를 좋아해 주겠냐고 했던가,


다 맞는 말인데 그게 짜증이 난다. 난 나 자신이 별로 좋지 않거든.


 평범한 얼굴이 마음에 안 들고, 남들보다 비슷한 키도 매력적이지 않아 싫다. 공부를 못해 지방대학을 다니는 것도, 연애는 해봤지만, 남들 다하는 뜨거운 사랑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싫고, 술과 담배에 그저 친구들과 희희낙락거리다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도 참 찌질하다.


그중에서도 제일 짜증 나는 건 돈이 없어 허덕이는 것이다. 이러니 나 자신이 싫을 수밖에


“젠장,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