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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단편 소설 - 담배(1)

by blank_in2 2017. 10. 20.

담배


 내가 담배를 처음 피우기 시작한 때는 언제였을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된 청춘. 단순히 1년만 지났을 뿐인데, 아니 어떻게 보면 단 하루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을까. 19살의 12월 31일과 20살의 1월 1일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말이다.


“술 마셔도 돼, 담배 피워도 괜찮아, 밤늦게 돌아다녀도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 얼마나 좋냐?!”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요즘 들어 옛날엔 친구들과 어떻게 놀았나 싶다. 이렇게 술 한잔 걸쳐줘야 기분도 알딸딸하고 좋은데 말이다.


“야, 나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


 친구 한 놈이 일어서더니 주머니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 든다. 이때가 처음이었던 거 같다. 친구 놈 담배를 빼서 들고 한 모금 들이켰는데 어라라 아무 느낌도 없다. 그게 이상해 계속해서 빨아들이고 내뱉고 해도 아무 느낌도 안 나는 것이 아닌가. 그제야 고등학교 때 반에서 담배를 피우는 애들이 말하던 속담이니 겉담이니 하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잇는 힘껏 빨아들인 다음에 목으로 삼키려 했는데 너무 따가운 게 아닌가. 순간 눈물이 한 방울 나려 하고 기침이 나왔다 켁켁. 이게 뭐라고 왜 피우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도 당구장에서도 PC에 가서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대는 친구를 보고 혀를 쳤다. 쯧쯧


 담배에 중독되어서 계속 피우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았고, 나는 그 이후로 담배에 손댄 적이 없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내 동기들이나 선임, 후임들이 힘들 때 담배를 피우거나, 또는 일과를 마치고 잠깐 담배 피우는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별로 피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당연히 담배를 권하는 동기의 권유조차 무시했다. 거 몸에도 안 좋은 거 왜 계속 피우려 할까라고 생가만 들었지


 근데 과거 회상은 거기까지. 사실 요즘 내 아침 하루의 시작은 담배로 시작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가에 팔꿈치를 기대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 매스꺼운 연기가 내 목을 통과해 다시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아~ 개운하다?!”


 나도 몰랐다 내가 담배를 피우게 될 줄 말이다. 힘든 아르바이트나 군대도 다 참고 견뎠으면서 왜 사회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냐고 나 스스로도 한심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나도 담배가 싫다. 담배 냄새는 끔찍이 맡기 싫어하고, 나 또한 담배를 피고 나서는 냄새가 밸까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옷은 섬유유연제로 냄새를 제거한다.


근데 왜 피우냐고? 말하자면 좀 긴데 여자 때문이다. 그놈의 여자가 뭐라고 이렇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