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영일 : 2016년 04월 23일
- 주제 : 형님학교 / 아빠 인사이드
- 시청률 : 약 1.3%
- 출연 : 강호동, 이수근, 서장훈, 민경훈, 김희철, 김영철, 이상민
- 게스트 : 레드벨벳(아이린 불참)
- 비고 : 아는형님 레전드 회차, 강호동 눈물, 예리 겁쟁이
아는형님 100회를 넘긴 시점에서 보아도 가히 레전드라 불리는 회차이다.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인정한 레드벨벳 편에 필자도 애정이 크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박을 생각하기보다는 반대로 우려가 컸다. 형님학교로 포맷이 변경되고 나서 첫 아이돌의 등장이기도 하고, 10, 20대의 게스트와 30, 40대의 형님들이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불안과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방송이 시작되고 나서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레드벨벳에 빠져든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SM 아이돌 중에서 노잼 그룹이라는 김희철의 말과는 달리 레드벨벳은 유잼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녀들의 뻔뻔하면서 당당한 모습은 보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실제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는형님 PD는 레드벨벳 편을 촬영하면서 프로그램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고, 이후 아는형님에 여자 아이돌이 출연하여도 재밌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레드벨벳 다음으로 전효성, 경리, 아이오아이, 트와이스, 씨스타, 러블리즈, 여자친구 등 아이돌이 줄지어 출연한다.
P.S) 저조한 시청률로 본래 아는형님의 마지막 녹화는 16년 5월까지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내고 만든 형님학교의 포맷과 레전드라 불리는 레드벨벳 편이 지금의 아는형님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교장선생님 칭찬
아는형님의 숨겨진 맛의 포인트는 인트로에 있다. 전학생이 등장하기 전 아주 잠깐의 프롤로그가 음식의 식욕을 돋우는 향신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번에도 인트로는 콩트로 시작한다.
제일 먼저 김영철이 교실에 출석하고, 창문 밖에서 이수근이 그를 지켜본다. "야, 야, 너 혼자 온 거야?", "너 왜 이렇게 못 어울려 애들이랑" 분명 콩트인데 무시할 수 없는 현실감이 씁쓸하다. 한껏 물이 오른 수근이는 "누가 괴롭히는데, 얘기해!"라 외치고, 갑자기 달려오는 강호동의 습격에 도망친다. 매번 보다 보니 이젠 익숙해 정말로 아는 형님들을 보는 느낌이다.
(7명의 형님 가운데 몇 명을 제외하고는 살면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데, 아는형님을 계속해서 보다 보니 정말 친근한 형님같아 정감이간다)
그건 그렇고 특급 정보가 들어왔다. 바로 교장 선생님이 아는형님을 칭찬했다는 것이다. 손석희(JTBC 보도부문 사장) 교장 선생님이 말하길 "그냥 넋을 놓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데, 아는형님 재밌습니다. 강추합니다."
같은 회사의 방송이라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으나, 정말로 넋을 놓고 보기에 아는형님만한 예능은 없다고 본다.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을 굳이 찾아보면 동물의 왕국이나 낚시 프로 정도 있겠다.
오늘의 전학생, 레드벨벳
김희철이 김영철에게 물었다. "오늘 전학생이 누군지 알아?" 그러자 김영철이 답하길 "난 몰라, 너 알고 있어?"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기 가관이다. "모르긴, 아까 생방송까지 다 해놓고!", "그게 옛날 방식이야."
그렇다. 이미 녹화 전 SNS로 생중계 방송을 한 것이다.
레드벨벳이 입성하자 형광등을 100개를 킨 것마냥 환하게 웃는 형님들이 "오늘, 남녀공학이야?"며 좋아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열렬히 환호하는 와중에 김희철이 가만히 있으랴, 레드벨벳 안무를 시전하며 온몸으로 환영한다. 재롱까지 부리며 소속사의 후배를 챙기느라 고생이 많다.
뛰어난 재능으로 특목중에서 월반한 레드벨벳, 각자 역할과 콘셉트를 확실히 공부한 모습이다. 이상한 말투는 애교다. 웬디부터 자기소개를 하는 와중에 슬기가 세계미녀 71위를 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해 폭격을 맞는다.
"세계미녀 71위?", "누가 투표한 거야?", "난 71위보다 더 예쁜 조이야!"
그리고 원래 5인 그룹인 레드벨벳인데 아이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서장훈이 "너네 몰려다니는 애들 중에 한 명 더 있지 않니?"라 묻는다. 완전체 질문에 조금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아파서 양호실에 갔다고 잘 대처한다. 이다음이 하이라이트다.
"이러다가 깜짝 출연하고 이런 거 아니지?", "그런 거 전혀 없어!" 단칼에 일말의 희망을 싹둑 잘라내는 예리, 예리의 활약은 인사이드 콩트에서도 이어진다.
P.S) 각 멤버들의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다.
웬디 - 노래경시대회 (답가로 김영철이 DANG 송을 불러 주었다)
예리 - 유연성 (스스로 이 학교 최고 꽃미녀라 말하고, 난 양심이 없다며 당찬 모습을 보인다. 이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지는 걸 참을 수 없다)
슬기 - 양궁 실력 (이수근과 강호동이 살렸다)
조이 - 트로트 실력 (이상민의 랩으로 레드벨벳에게 충격을 주었다)
나를 맞혀 봐
본격적인 '나를 맞혀봐'를 진행하기에 앞서 제일 막내인 예리의 나이를 물어본다. 1999년생인 예리의 나이를 듣고 형님들이 조금 주춤거리다가, 예리 부모님의 연세를 듣고 나서는 실웃음을 참지 못한다.
딸뻘 아이돌에 형님들 단체로 멘탈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김희철과 민경훈을 제외한 다섯 형님의 나이랑 예리 부모님의 나이를 비교해 보니 예리 부모님이 형님들보다 어린 것이다. 이에 갔다 온 자로서 이상민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P.S) 형님들이 레드벨벳에게 질문을 하려고 하는 찰나에 "너희들은 우리한테 궁금한 거 없어?"라는 말에 이수근은 비수가 꽂힌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수근 오빠는 여기서 왕따니?" 애써 레드벨벳이 출연해서 그런 거라 변명하는데 조이의 갑작스러운 "너 나 좋아하니?"에 수근이는 자동으로 얼레리 꼴레리 춤을 춘다.
퀴즈의 보상으로는 무반주 댄스가 걸렸다. 차마 딸뻘인 아이돌에게 볼 뽀뽀를 요구하기는 그림 상으로도 별로다. 무반주 댄스의 비트로는 아는형님 전용 '쿵따라라 쿵따라라 쿵따라 쿵따라 쿵따라라'가 놔왔다. 단순한 비트에 반해 댄스의 퀄리티가 높아서 웃겼다.
퀴즈로는 "슬기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웬디의 이상형은?", "웬디가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것은?", "예리가 지금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조이의 매력 포인트는?" 등이 나왔고, 레드벨벳의 입담이 절정에 다다랐다.
P.S) 웬디의 '나를 맞혀봐'를 하는 와중에 힌트로 "먹는 거야"라는 말에 수근이가 "먹는 거면 욕인데"라고 말해 예리가 빵 터진다. "오빠 개그가 한명은 죽인다는까"라 말하는 이수근은 트와이스 때엔 나연, 러블리즈 때엔 중독성 있는 웃음 등으로 언행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예리의 '나를 맞혀봐'에서 예리가 "조이 좋아한다고 해서 무시했어"라 말하자 이수근이 "에이 이놈아, 아버지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그게 할 소리야?"라며 불호령 개그를 선보였다. 이어 예리가 좋아하는 그룹을 맞추는 와중에 예리가 버즈의 겁쟁이를 불러 화제가 됐다.
상담 받으러 와요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된 나를 맞혀봐 시간이 끝나고, 이젠 단둘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담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아마 19회차에서 진행했던 강예원의 상담시간이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에, 이번엔 반대로 형님들이 특별 상담을 해주는 시간을 만들었다.
PD의 말마따나 굴곡진 삶을 살아온 형님들이기 때문에, 과연 아는형님들이 어떻게 상담을 해줄지는 기대된다. 그룹 해체, 멤버 불화, 사업, 자숙, 가정불화 등 많은 방면에서 다양한 시련을 겪은 형님들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리라.
조이는 강호동을 찾아갔고, 웬디는 민경훈을 그리고 예리와 슬기는 김영철을 찾아갔다. 그리고 혼자 밥을 먹게 된 형님들은 머쓱한지 통편집이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에이스가 안 오고, 애들만 왔어, 아이린 오라 그래", "애들이 고민이 없어, 무슨 고민이 있겠어, 도대체 무슨 고민이 있어야 김영철한테 가냐고"라며 서장훈과 이상민이 소리를 질렀고, 인터넷 방송 콘셉트를 펼치는 김희철과 혼자 독백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이수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예상한 것처럼 한 명 한 명의 고민을 형님들이 진지하게 들어주며 꼭 해결은 아니라 할지라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며 따뜻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끝에 웬디가 강호동을 찾아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라 말하는데, 이때 필자도 누군가에게 이런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 숙연해졌다.
아빠 인사이드
7개의 TV로 이루어진 행복 상담 시간이 종료되고, 드디어 인사이드 콩트의 차례가 왔다. 무개념, 무근본, 무대본으로 이루어진 애드리브의 장, 콩트 옥타곤이다. 방송 경력이 오래된 형님들은 그렇다 쳐도, 나이도 어린 아이돌이 순발력 있고, 재치있는 입담으로 콩트를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
네 딸의 아빠가 된 형님들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딸내미들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이에 민경훈은 사자후를 날려 세대차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강호동은 신조어에 적응하지 못해 자꾸만 콩트 속에서 화장실로 직행한다.
(강호동이 등장할 때마다 딸의 남자친구에게 강렬한 주먹과 발차기를 선사한다. 무력에 견디지 못한 남자친구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극 중 장면으로는 "미성년자인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아빠", "은어를 입에 달고 사는 딸", "술 취한 아빠", "용돈 타령하는 딸들" 등이 전개되었는데, 레드벨벳의 연기력이 상당히 괜찮아서 그렇게 어색함을 느끼지 못했다. 조금 과한 설정이 전개되기도 했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아빠 인사이드에서 하이라이트는 예리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엄마는 왜 도망갔어?"이다. 서장훈이 아빠로 등장할 때마다 기승전 엄마로 향하는 예리의 말에 서장훈은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 "에이, 거지같은 집구석"이라며 세트장에서 나가버린다.
성황리에 종료된 아빠 인사이드는 정말로 전설로 남을 것이다. 후에 아이린 단독이나, 레드벨벳 완전체가 출연하긴 하지만 초창기 형님학교의 레드벨벳 편은 잊을 수가 없다. 이번 회차는 레드벨벳과 아는형님 둘 다 재발견이 된 것으로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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