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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The Most Beautiful Goodbye, 201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by blank_in2 2017. 11. 1.


  • 드라마, 가족 / 15세 관람가 / 125분
  • 2011. 04. 20
  • 감독 : 민규동
  • 출연 : 배종욱(김인희), 김갑수(정철), 김지영(할머니), 유준상(김근덕), 서영희(신선애), 박하선(정연수)


민규동 감독, 메가폰을 잡다


 

 민규동은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이며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다. 2017년인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연출, 각본, 제작을 하고 있다. 그는 여러 단편 영화들을 만든 뒤, 1999년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각본과 감독을 맡으면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였다.


 공포 영화를 많이 연출하긴 했으나, 그의 진정한 각본, 연출력은 멜로/로맨스에서 드러난다. 민규동의 멜로/로맨스 영화에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비롯해서 <김종욱 찾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이 있으며 멜로/로맨스 영화만의 잔잔한 감동과 편안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 매력적이다.


 이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조금 가져와 보자면, 그는 "호러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연출했을 때 주변 분들이 아주 놀라워 했다고 한다.


 끝으로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예전부터 드라마, 연극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노희경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래서 이미 원작에 많이 노출된 관객들에게 다시금 뻔하지 않은 감동과 여운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 중 대표적인 노력으로 대부분의 촬영을 세트가 아닌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인희의 집 같은 경우는 총 35회차의 촬영 중 절반에 가까운 15회차 촬영이 이루어졌다.


(이것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인희의 집을 찾기 위해 매니저가 약 두 달에 걸쳐 500여 채의 집들을 일일이 방문한 끝에 발견한 집이라고 한다)


노희경 원작소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1996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내놓았다. MBC 창사 특집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내용을 소설로 옮겨놓은 것이다. 인간의 진정성과 가족의 사랑을 다룬 이 소설은 어쩌면 당연하게 화제작이 되었다.


 노희경 작가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3년 뒤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글 속에는 어머니를 향한 애달픈 마음이 가득하다. 또 가족들을 남겨두고 긴 이별을 해야 하는 어머니의 슬픔과 애절함이 담겨있다. 어찌 보면 노희경이 어머니에게 바치는 사모곡이라 할 수 있겠다.


(드라마에서 있었던 한 일화로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나문희'가 "이렇게 울려도 되는 거냐"고 따지자 노 작가가 "나는 그거보다 더했는데 그 정도는 울어야지"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노희경 작가는 이 작품(드라마)을 통해 백상예술대상과 한국방송대상 등을 휩쓸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다시 보길 원하고, 책으로도 접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 대본집, 소설로도 출간되고 연극으로도 재탄생했다. 게다가 2017년 21년 만에 드라마 리메이크가 결정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감성 문과생들의 눈물을 훔쳤다?!



 2013년도 고3 전국 모의고사 지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대본 일부가 올라왔다. 대본은 자궁암 말기 시한부 판정을 받은 평범한 50대 여성이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고, 당시 모의고사를 치르던 고3 수험생들을 모두 울렸다는 후문이다.


 엄마라는 단어가 참 슬프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에게는 엄마 사진 한 장만 보더라도 눈물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한때 '엄마 열풍'이 불리도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등 떠밀듯이 울라고 하면 누가 울겠는가. 문제는 알맹이다. 글을 읽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모의고사 지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노희경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이외에도 '괜찮아 사랑이야.', '그들이 사는 세상' 등 숱한 작품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엄마.



 누가 그러더라 이 영화는 가족 고통 멜로 드라마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이 아닌 분노와 짜증이 일어났다고 한다. 억지 감동과 눈물, 거기에 뻔한 스토리에 막장요소까지 한마디로 별로라고 한다. 부정하지 않겠다. 2017년인 현대에 15년이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는 며느리는 찾아볼 수 없고, 묵묵히 집안일을 모두 엄마가 도맡아서 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러니 영화가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96년의 이야기이다. 그 당시를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각각의 가족 구성원들이 엄마와 부딪히면서 갈등이 생기고, 충돌하며 소통하고 화해한다. 이 과정이 새삼 잔인하다. 구성원들에겐 그저 엄마이자, 며느리, 아내에 불과할지라도 그전에 그녀는 한 여성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을 희생한다.


 과거 가족이라는 이름에 묶여 희생하는 엄마를 보고서, 아름답다고 하지만 너무나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굳이 엄마라 한정 짓지 않더라도 우리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소중함



 가장 익숙한 존재, 가족. 그래서 더 무신경하고 무관심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 몇몇 공감 가는 신이 나온다. 영화에서 아침 먹고 가라는 엄마의 말을 무시하고 출근하는 딸, 우리도 이런 적이 한 번쯤 있지 않은가.


 가족들에게 잘 해야겠다고, 잘 해야 한다고 배우고 생각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대학, 친구, 취업, 연애 해야 할 것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오히려 가족과 갈등이 생기고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별은 늘 다가오고 있고, 대부분 그 이별의 순간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낙천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큰 슬픔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말한다.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사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