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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야기

단편 소설 - 담배향

by blank_in2 2018. 8. 22.

 태워본 적 없는 담배, 집에서 돌아와 옷을 벗는데 유독 내가 싫어하는 담배 냄새가 나의 옷에서 나왔다. 그때 알았다. 내가 너의 곁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말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문득 억울해지는 하루다.


 20살이라지만 아직 앳된 얼굴을 감추지 못하는 3월, 신입생인 나는 같은 신입생이지만 듬직해 보이는 네가 눈에 띄더라. 우리보다 한 살 많다는 이유로 1학년 과대를 맡았고, 그래서인지 너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그땐 그게 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지, 그저 선배들 뒤치다꺼리하는 게 뻔한데 말이다.


 내가 콩깍지가 아주 제대로 씌웠나 보다. 어휴.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이 하나둘 정리가 되고, 너에 대한 콩깍지가 서서히 벗겨진 지금에는 하나같이 다 거슬리기만 한데 말이다.


 누구랑 있든 간에, 어디에서든,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해 보이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 앞에서 수줍게 웃으며 고백했던 날은 마치 꿈을 꾸는 것 마냥 행복했었다. 정말 너무도 행복했고, 또 좋았다. 영원히 너랑 함께라 생각했다. 우리의 사랑은 다른 이들과 달릴 특별해서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가끔씩 너무 아프다. 헤어짐을 생각지도 못했기에 그렇게 슬프고, 그렇게 아프더라. 미칠 것만 같다는 문장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가 되더라. 담담한 척 담배를 태워보는데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워서 눈물이 났다. 게다가 냄새는 얼마나 역한지 기침도 계속했다.


 너랑 헤어진 날이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데, 담배를 태울 때면 문득 네 생각이 나고는 해. 이젠 무뎌질 대로 무뎌져서 가슴이 아프진 않아. 그런데 뿌연 담배 연기에 너와 함께 했던 추억이 날아갈 때면 나는 아직도 너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는지 짜증이 날 뿐이야. 한참이나 지나가 버린 사랑에 미련이 남은 걸까.


한 개비, 두 개비 다 태워버리고 남은 재를 바라본다.


 추억과 함께 다 날아가 버렸다고 생각했던 담배 연기는 의도치 않게 내 손과 옷과 코로 다시 스며든다. 그러면 또다시 날려보겠다고 한 개비를 더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내 곁에 맴도는 담배 향이 여전히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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