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이야기

자작시 - 감사

by blank_in2 2019. 5. 24.



감 사




 그녀에게 감사한다. 이다지도 못난 나를 사랑해 주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그녀의 얼굴을 보고 꽃을 건네줄 것이다.


“선물이야.”


 하지만 그녀가 이 꽃을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그저 전에 준 꽃이 다 시들었길래. 그녀의 집 앞에 도착했다. 무슨 말부터 건네야 할지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먼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갈 것이고 다음에는 배가 고프다 하면 밥을, 괜찮다고 하면 카페에 앉아 얘기를 나눌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돌릴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저녁 8시 친구의 파티로 떠나갈 그녀를 잡을 수 있는 말은 없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 파티에는 정말로 싫은 남자가 있다. 그녀에게 고백한 그 남자가 너무도 싫어서 그녀를 보내고 싶지 않다.


 과거의 얘기를 다시 시작해야겠지.


 수년을 사랑한 부부도 흔들린다는데 헤어지고 흔들린다는 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몹시 싫고 아플 뿐. 또다시 매몰차게 이별할 것이 겁난다고 말하는 너의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 자업자득인 것을. 머리로는 모든 상황과 현실을 충분히 직시하고 있지만 이렇게 갑갑하고 쓰리고 아프다.


 나는 아직도 너를 보면 떨린다. 앞으로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너는 그렇지 않다.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한 나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늦은 새벽, 혹시나 네게 전화가 오지 않을까 잘 수가 없고,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행여나 그 남자와 함께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죽을 것 같다.


 그렇게 잠에들지 못한다.


 정말로 좋아하고 좋아하는데 기다림이 너무 힘들다. 몇 시간 뒤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알 수 없지만 이젠 기다림 속에서 해방될 수 있음에 기쁘다. 부디 해피엔딩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작시 - 이별  (0) 2019.06.03
자작시 - 휴학  (0) 2019.05.31
단편 소설 - 담배향  (0) 2018.08.22
단편 소설 - 고백(5) 完  (0) 2017.12.19
단편 소설 - 고백 (4)  (0) 201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