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의 배우샴푸 덕분에 두개골까지 시원해진 이수근)
뷰티왕 강호동 "컨실러가 뭐고, 얼굴에 바르는 거가."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야?" - 은지원, 뜬금없지만 재미있다. 자꾸 서른셋에 하라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바탕의 소동이 끝났다. 처음 형님들을 만난 안재현은 오자마자 인사는 물론 삼장법사 정하기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자라 재현아 고생했다. 너무 놀라지 말고 다 좋은 형이야.” - 나영석 PD,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할까 봐 주입식 교육을 진행 중이다. 마치 이 기분을 설명하자면 훈련소에 온 것 같달까.
훈련소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생각해 보라. 잠자기 불과 3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리깡으로 머리를 깎는 스파르타식의 예능을 눈으로 봤기에 더욱 그렇다. 아직은 예능 초보에 가까운 안재현에게 삭발하는 이수근의 모습은 큰 충격을 가져다주기 충분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현이가 잠깐 씻으러 들어간 사이 이수근과 은지원은 막내 안재현을 위해서 가운데 자리를 양보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강호동 - 이수근 - 은지원 - (안재현 예정) 이였으나
강호동 - (안재현) - 은지원 - 이수근으로 강호동 옆자리를 내주었다. 나름 막내를 배려하려는 모습이다.
“그르치. 재현이를 이쪽에서 재워야 정신적으로 수양이 될 것 같아.” - 이수근, 여기서 말하는 수양의 의미는 아마 강호동 옆에서 자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잠자리가 예민한 필자의 경우 누구랑 같이 자는 것만으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데 과연 안재현은 강호동 옆에서 잘 수 있을까.
샤워를 마친 막내가 돌아왔다.
“얼른 와 자라. 네가 가운데야. 우리 대장님 옆에서 자도록 해” - 이수근
“네 자리가 마련돼 있단다.”- 은지원, 이럴 때만 유독 더 친절해 보인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강호동이 시동을 걸었고, 안재현은 아직 잠들지 못해 뒤척거린다. 두 형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오늘 밤 안재현의 귓가에는 강호동 형님의 달콤한 자장가가 밤새도록 울려 퍼질 예정이다.
계속 잠들지 못하고 안재현이 뒤척이자 은지원이 한 마디 건넸다.
“자야 한다. 낼 피곤하다.” - 은지원, 힘들겠지만 억지로라도 자라고 권유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편한 자세를 취해보려고 이리저리 몸을 돌려 보지만 결국 날이 밝을 때까지 안재현은 잠들지 못했다.
방귀쟁이 강호동 덕분에 잠을 설친 안재현!
잠자리만큼은 편하게 마련해 줘야 하지 않냐고 항의할 수 있겠지만 1박 2일 시즌1 때에 비하면 야외에서 재우지 않는 것만 하더라도 다행이다.
결국, 밤새도록 자지 못한 안재현은 제일 먼저 일어났다. 비몽 사몽한 상태로 주변의 분위기를 한 번 살펴본다. 슬금슬금 촬영준비를 시작하는 제작진들이 보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다시 누워본다. 하지만 이번에는 은지원의 모닝 애교에 방해를 받는다.
“어구어구 다 뭐야. 어이구, 어이구 죽겠네, 할머니가 진짜... 좀만 더 잘래” - 은지원,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은지원의 정체불명 잠꼬대를 들은 안재현은 그만 잠자기를 포기한다.
안재현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힘이 풀렸는지 다리를 비틀거리며 욕실로 들어가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강호동이 잠에서 깼다. 그런데 일어나서 한다는 소리가 “감독님 아침밥은 나가서 먹어요?”이다. 역시 강호동답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나둘 몸을 일으키고 촬영준비에 나선다. 강호동은 파이팅 넘치게 씻고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은 은지원은 누구 한 명 잡는 거 아니냐면서 그제야 잠에서 깼다. 다들 중국으로 떠나기도 전인데 피곤한지 얼굴에 다크서클이 진하다.
이런 걸 보면 참 나영석 PD도 분량을 잘 뽑아내는 것 같다. 잠자고 일어나서 씻고 머리 드라이하고 스킨로션 바르는 참으로 평범한 장면들을 가지고 자막을 씌워서 소소한 웃음을 준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가. 물론 출연진들의 입담과 행동들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포착해 내는 나영석 PD가 새삼 놀랍다.
안재현에게 샴푸를 빌린 이수근은 배우 샴푸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에 머리를 감으려 하지만 세수는 귀찮아서 하기 싫어한다. 과연 머리는 감으면서 세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이수근답다. 이어 은지원에게 머리를 감을 것이냐 묻자 쿨하게 안 감겠다는 은지원 또한 정말 그답다.
P.S) 신서유기 시즌2 때부터 알게 된 사실인데 안재현은 물건을 검은 봉지에 보관하는 습관이 있다. 남자답기로 소문난 강호동도 귀여운 노란색 파우치에 물건들을 넣어 다니는데, 파우치가 색깔별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안재현은 거의 모든 물건을 검은 봉지를 애용한다.
(그렇다고 안재현이 싼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고렴이와 저렴이의 믹쓰매치라고나 할까, 그의 캐리어는 고가의 제품이다)
이젠 진짜로 중국에 갈 시간이다. 하룻밤 새 정든 을왕리를 떠나 공항으로 향한다. 본격적인 신서유기 시즌2가 이제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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