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09시 00분, 16부작 )
( 순서대로 차유리, 조강화, 오민정, 고현정, 조서우, 장필승, 장교수, 전은숙 )
아무런 말도 없이 술만 들이켜는 두 사람, 조서우의 엄마와 새엄마가 고현정 '미생'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간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게만 굴던 오민정이 여기까진 어떻게 왔을까. 혹시나 차유리와 고현정과의 관계를 알고서 차유리에 대해 뭔가를 알아내려고 온 것은 아닐까 했는데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편의점에 들러서 순소주를 한 병 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말 많은 아줌마 무리를 보고 잠깐 미생으로 대피한 것이었다.
매번 자기는 주변에서 하는 말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딱 봐도 아니다. 먹고 싶어도 주변을 의식해서 소주를 숨기고, 소주를 사려는 거 맥주로 바꾸고, 소주가 먹고 싶어도 맥주를 주문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주량을 훌쩍 넘긴 오민정이 정적을 깨고 말한다. 마치 차유리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아 더 찔린다.
오민정 - "닮아도 너무 닮았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쩜 그렇게 똑같이 닮았대."
차유리, "죽음이란 그저 신이 내게 허락한 시간 동안 나만의 인생을 잘 살아내고 떠나면 그만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유리 - "그러나 죽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쩌면 그 인생은 온전히 나의 것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납골당 안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 울음소리엔 납골당을 찾은 사람들의 곡소리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온 신입 귀신들의 곡소리도 한 몫을 차지한다. "전세 냈어? 잠을 못 자겠네.", 왔으면 떡이나 돌릴 것이지."라며 기존에 있던 귀신들이 말은 서럽게 하지만 그들도 다 안다. 얼마나 힘들지 말이다.
죽은 귀신이 우는 이유는 죽었다는 현실이 무서워서도, 젊은 나이에 죽어서 억울해서도 있지만 남겨진 사람 걱정에, 생각에 눈물이 나는 것이다. 옛말에 '죽은 자는 슬프지 않다.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정귀순(할매 귀신), "사연 없는 인간은 있어도 사연 없는 귀신은 없다는데 며칠 상간에 다 잊어버렸나 보네."
차유리와 5년을 함께 지냈던 귀신들의 서운함이 폭발했다. "귀신계는 민주공화국이다. 귀신계의 주권은 귀신에게 있고 모든 귀신이 동등해야 할 민주주의에 유리만 편식하시고!" 헌법 1조를 읊조리며 부당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신의 뜻을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한꺼번에 이 모든 귀신을 다 살려내면 사회도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차유리도 계속해서 이들을 무시하려고 했으나 결국 졌다. 얄팍한 동정심이 아니다. 차유리는 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하긴 차유리보다 이들을 잘 이해하고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동댁 - "부탁이라고 해봤자 안 봐도 비디오다. 지들을 위한 건 하나도 없을 것다. 다 자식 걱정 부모 걱정에 못 가는 애들 아니냐."
장교수, "의사는 뭐 사람 아닙니까?"
조강화의 징계위원회 날이 다가왔다. 4년 동안 수술실에 못 들어간 것과 더불어서 환자를 개복해 놓고 도망친 일에 대한 징계가 내려질 것이다. 물론 조강화가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는 것은 정상 참작이 되겠지만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니다. 조강화도 이미 잘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한 모양이다. 다 포기하고 체념한 듯 보이는데 장 교수는 그렇지 않다.
차유리, "죽음 앞에서도 나만 생각하지 않게 하는 무엇. 그건 가족이었다."
차유리는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서우 때문에 환생하지 못하고 귀신으로 남았다. 남편이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었다며 자기 뺨을 때리고 조강화 너는 왜 살아 있냐며 눈물을 흘리고 통곡할 때 차유리도 같이 울었다. 남편이 매일 운다고 서럽게 운다. 이제야 겨우 평점심을 찾고 잘 살아가는 사람 괴롭히고 싶지 않다.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본인의 자리를 되찾아 보라는 주변의 말들은 다 마다하고 그저 서우만 지켜주다가 떠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민정이 이혼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오민정 - "그쪽이 서우 엄마 해요."
차유리 - "내가 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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