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 매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10시 50분, 16부작 )
( 순서대로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 손범수, 추재훈, 이효봉, 황인국, 김환동 )
임원 -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이해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실제로 멜로가 체질은 시청률 2%를 채 넘기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드라마 내에서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로 해명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임진주 - “매회 시놉시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미 16부를 가득 채울 에피소드는 준비가 되어 있고요 재미없으면 갈아 끼울 스페어도 충분합니다. 유의미한 평가를 받게 될 경우 생각해 볼 수 있는 시즌제에 대한 여지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취향에 적합하지 않아서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는 탈락했다. 이게 대본이냐, 드라마는 모름지기 다음 회가 궁금해야 하는데 주 5회 20분짜리 시트콤도 아니고 한 회 정도는 안 보고 넘겨도 될만한 시리즈물이라니 회사 입장에선 불안하다.
임진주 - “저희 드라마가 지향하는 바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당장의 떡밥이 아닌 감정의 이입, 공감 그리고 캐릭터의 힘입니다.”
그래서인지 멜로가 체질은 방송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회자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어쩌면 멜로가 체질 시즌 2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당장의 임진주의 처지만 봐도 그렇다. ppt 제작 발표가 그렇게 됐으니 말이다.
임진주 - “편성, 편성이 되지 않은 대본은 드라마로 만들어 질 뻔 단순한 활자일 뿐. 작가 지망생의 그 글은, 그 꿈은 노트북 외장하드 깊숙한 어느 곳에서 긴 잠에 빠지게 된다.”
임진주,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은 더 노력하는 것. 성공은 땀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수학적인 답안지가 때로는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임진주 - “노력은 당연한 것. 그 당연한 게 잘 안되고 그 당연한 게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닌 거구나. 당연한 걸 타고난 어떤 우월한 유전자가 당연한 척 뱉어놓은 말이 아닐까 의심이 들 때 가만히 있어 본다.”
이 장면을 보자마자 딱 영화 ‘스물’에서 김우빈이 떠올랐다. 당시 가만히 있는 ‘치호’ 김우빈은 꽤 인상적이었다. JBC 어르신들이 ‘서른 되면 괜찮아져요.’를 뽑아 줄지는 아직 모르고 그저 밥도 안 먹고 체력을 비축하는 중이다.
임진주 - “근로 악법으로 느껴지는 협의안이 때로는 표준 근로기준법으로 느껴진다. 살만하지 않는 삶에 살만 가지고 살아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 본능적인 정신의 자각일지도 모르겠다.”
홍대, “똑똑한 사람은 질투와 존경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
이은정은 다시 작품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꺼렸지만 계속 보다 보니 흥미가 생긴 대학 동창 ‘이소민’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소민이 워낙 별나야지 말이다. 하긴 모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이소민은 그저 방어 본능이 조금 심할 뿐이다.
이은정 - “위태롭다. 너무 솔직해. 자연스러운 게 부자연스러운 모순이라니.”
홍대 - “같이 출연하면 어떨까 싶어. 대담 형식으로 질문도 하고, 돌발상황도 만들어 보고 제어도 하고, 그걸로 논제 안의 일련의 모습들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거지. 모험하는 사람은 섹시해.”
홍대, “조증이 오면 우울증을 찾아가고, 우울증이 오면 조증을 찾아가고.”
이은정 - “넌 표정과 감정의 변화가 너무 급격해서 자연스럽게 붙였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면 하나가 삭제된 줄 알 거야.”
연예인의 고단함이 담겼다. 아니, 꼭 연예인이 아니라 직장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겪고 있을 문제일지도 모른다. 이소민은 정도의 차이가 크다. 놀 때는 스물 살짜리 애 같은데 지금은 여든 살 할머니 같다.
이소민 - “한창 일이 바쁠 때 일이 너무 하기 싫은 거야. 민준이 졸라서 썰매장을 와. 신나게 몇 번 타고 시간이 흐르면 위기감이 밀려온다? 그렇게 죄책감을 느끼고 나면 일이 하고 싶어져. 재밌게 놀았으니까 이제 빨리 일하러 가야지.”
이은정 - “죄책감을 동력 삼는다...”
임진주, “노력해서 얻은 게 이 정도 뿐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듯이 가만히 있는데 예상치 못한 명품가방이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죠.”
임진주 - “갖고 싶은 것과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있는 것의 차이.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그 욕망을 자생력 삼아 열심히 일했는데 고작 그거 하나예요.”
손범수는 이를 체스 말과 신으로 비유했다. 체스 말은 태어날 때부터 판 위에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존재이다. 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인간은 어쩌면 평생을 싸워가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임진주는 신과 맞짱을 뜨기로 했다. 가만히 있기로 한 것이다.
임진주 - “세상이 너무 이상해. 이번엔 가만히 있어 보겠어요. 어차피 이상한 세상인데 한 번쯤 낮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 이것이 저의 오늘에겐 마땅한 명분입니다.”
손범수 - “위기의 이 순간에서 가만히 있어 본 거 처음이에요. 가방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네요. 근데 너무 자주 그러지는 마요. 불안해. 신을 이기면 신이 되겠지만,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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