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 매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10시 50분, 16부작 )
( 순서대로 임진주, 이은정, 황한주, 손범수, 추재훈, 이효봉, 황인국, 김환동 )
의사, “마음에 담긴 눈물은 병을 만들고 흘려보낸 눈물은 곧 증발해서 세상에 없는 것이 돼요.”
이은정 - “매일 보고 싶어. 같이 있고 싶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은정에게만 보이는 가상의 홍대가 이은정의 목을 조르다니 말이다. 나 보고 싶었지, 나랑 같이 있고 싶지, 다음에 그럼 너도 죽으면 되겠다 라니. 순간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은정이 만들어낸 홍대는 이은정을 죽음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이는 과거 어머니와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홍대가 아닐까.
이은정 - “없으니까... 거기가 어딘데? 네가 여기서 기억해 달라며.”
P.S) 임진주와 손범수의 끝장토론.
손범수 - “진부한 게 얼마나 무서운 건데. 왜 그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 흔한 코드가 자꾸 쓰이는 건데.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거든.”
손범수 - “남자가 여자를 좋아할 때는 일곱 살 난 아이와 같은 거예요. 어련히 같은 느긋한 여유가 일곱 살 난 아이에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임진주는 이해할 수 없다. 적당히 잘 감추고 잘 지내오다가 왜 갑자기 지금, 둘의 소문까지 퍼진 이 마당에 손범수가 고백하냔 말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손범수의 고백을 위협이라고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어련히 가만히 있기엔 손범수는 초조하다. 아마 김환동의 존재 때문일 것이다. 얌전히 일만 하다가 임진주 작가를 놓치진 않을까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효봉 - “그러니까... 고백을 했는데 백분 토론을 했어?”
황한주 - “둘이 드라마 말고 교양프로를 하지 그랬어?”
이은정 - “관계가 아주 교양이 넘치네.”
P.S) 손범수 감독이 좋은 이유.
“같이 있으면 재밌어. 얄미운 짓을 해도 기분이 안 나빠. 찌질한데 귀여워.
기타 잘 치고, 노래 잘하고, 요리 잘해.
식물 잘 키워. 향수 안 쓰는데 향기가 좋아. 대화가 잘돼. 기분 나쁘게 잘 돼.
의외로 자상하고, 예상대로 부지런해.
밥 먹고 양치 잘하고, 화장실 가면 손도 잘 씻어.
냉면 먹을 때 만두도 먹을 거냐고 꼭 물어봐 주고 냉면은 국물까지 다 먹어. 내가 다 못 먹으면 내 것까지 먹어줘.
안 보이면 걱정돼. 밥은 먹었나? 술 먹나? 걱정하게 만드는 매력이 아이씨 뭐가 이렇게 많아. 자존심 상해.
임진주, “아니지 않으니까 그렇지. 나도 감독님한테 마음이 아니지 않다고.”
손범수 - “지금 이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이 쭉 똑같이 작업했던, 서로에게 달라짐을 들켜버린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일로 시작되어 버린 내 두 번째 사랑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손범수, 임진주 - “확인”
임진주의 입장은 이렇다. 손범수와 같이 작품을 준비하는 입장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마음이 확실하다 할지라도 공적인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걱정에 선뜻 예스라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손범수의 입장은 다르다. 머리론 임진주를 이해하지만 좋아하는 감정이 프로답게 '근무 중엔 잠시 내려놓겠습니다.'가 되느냐 말이다.
임진주 - “사적인 감정을 그것도 남자 여자가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같이 일하는데 어떻게 그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겠어요.”
김환동, "사랑하면서 겪는 지금의 문제들을 모두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단 그 사람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배님을 수정해야지 가능합니다."
임진주 - “사랑도 보류가 되나요? 사랑도 보류가 된다.”
일과 서로의 감정. 어느 쪽도 소홀하지 않게 존중받고 있다 느껴지는 이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가끔 애틋한 기분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서둘러 시선을 피하긴 하고 여느 때보다 냉정하고 주의 깊게 회의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면 되레 의식하고 있음을 느끼지만 우린 또다시 암묵적 동의하에 그 의식했음을 묵인한다.
서동기 - “아무 감정 없던 이성과의 단순한 접촉에도 자칫 내면에 숨어있던 욕망이 이 이성을 불러드려도 되는 것이라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나이란 것이다. 조직사회에서 그 착각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우리는 그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생활해야 한다.”
김환동 - “선배님. 너무 늦어버리면 후회만 남고 절대로 되돌아오지 않아요. 빨리 깨닫는 것이 핵심입니다.”
임진주, “돈은 계속 없는 거야.”
임진주 - “엄빠가 너에게 들인 물리적, 심적 공을 생각해봐. 얼마나 대단한 걸 받고 있는데 부담은 안 받으려고 해?”
만날 때마다 걷는다는 동생 남자친구. 왜 그런지 임진주가 명답을 알려준다. 바로 돈이 없어서이다. 밥도 서서 먹는 공시생들에겐 교통비조차 큰돈이다. 여자친구랑 같이 밥 먹고 영화 보고 데이트하려면 교통비라도 아껴야지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돈은 대체 언제까지 없는 걸까. 모을 순 있는 걸까.
임진주 - "지금은 공부하니까 없는 거야. 그러다 합격했어. 공무원 했어. 안정적으로 월급 들어와. 그럼 결혼하겠지? 그럼 집 구해야지. 그게 네 집이야? 은행집이야. 그럼 또 없는 거야. 그래도 성실하게 20년간 죽어라 일해서 갚아. 근데 애가 있겠지? 애들이 대학간데 그럼 또 없는 거야. 착실히 일해서 애들 공부 시켜. 근데 은퇴할 나이네? 또 없는 거야.”
임진주 - “그나마 이게 성공사례야.”
임진주,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게 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네 마음 알겠어. 근데 환동아. 미안해.
그런 이유라면 난 너랑 이 식사 할 수 없을 거 같아. 미안해.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누가 누구한테 비싼 밥 사주지 못한 거 후회해야 할 건 아니야.
나도 너한테 이런 음식 못 사준 건 똑같아.
너 미워하고 욕하고 그래. 최근까지 그랬던 거 맞아.
나도 당연히 후회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근데 지금은 조금 달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지난 시간의 후회를 앞질렀달까.
그때 우린 그때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한 거야. 지난 시간은 그냥 두자.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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