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감 따기다.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농활도 아니다. 그런데 아침 9시 반부터 가위를 한 손에 쥐고 바구니를 들고 감을 따고 있다. 육체적인 노동을 안 한 지 오래라서 숨이 가빠오는데 그래도 화창한 아침 햇빛에 신선한 바람과 공기를 맡으며 일하니 기분은 좋다.
일은 이렇다. 저번 주 일요일. 중학교에 같은 반이었던 동창 친구가 한 명 대구에서 내려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아르바이트까지고 빼고 일요일을 기다렸건만. 그 친구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다음 주에 집에서 감을 따야 한다고 그때 내려오라고 했다.
4학년 1학기로 대구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로서는 일주일 만에 다시 대구에서 내려오기에는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부담이 되어 저번 주가 아닌 그냥 오늘 내려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으로 가볍게 사과 한 개를 먹고 친구한테 카톡을 보냈다. "나 일어났으면 언제 출발하면 됨?" 하지만 그 카톡에 답은 오지 않았고, 한 30분쯤 지나서일까 친구에게 전화가 한 통 왔다.
첫마디를 기억한다.
"야!! 미안 나 지금 일어났다." 금요일 저녁 대구에서 내려와 토요일 아침에 감따기를 하쟀던 친구가 마음이 바꿔 토요일 아침 첫차를 타고 내려오려고 했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하지만 친구는 늦잠을 자버렸고, 나 혼자 감을 따로 농장을 향했다. 친구 부모님과 친구분 부부가 와계셨고, 나는 뒤늦게 합류해서 같이 감을 땄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나도 나이가 있는 데다가 사실 친구 부모님을 중학교 때부터 봐왔으니 정말 오래 봤다.
저번에 친구 누나 결혼식이나 아기 돌잔치까지 갔으니 말 다 했다 조금 넘어서 친구는 도착했고, 물론 감은 다 따놓은 상태였다. 사정이 있어 농장의 절반을 매매한 상태였고, 감나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1시간 동안 계속해서 감을 따니 힘이 들 수밖에 낮게 달린 감은 허리가 아프고 저 높이 달린 감은 사다리를 타야 하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감을 모조리 따고 나니 다음으로 할 일은 상자에 담는 일이다. 31 상자는 하이마트로 옮기고, 또 10 상자는 농협에 납품한다. 농협에 납품하는 감이 제일 좋은 감이다. 그다음 지인분들께 줄 감 상자가 한 10개 정도 된 듯 보였고, 마지막으로 내 것도 한 상자 챙겼다.
자취를 하므로 먹을게 귀하지만 감을 언제 다 먹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마 꾸준히 두고두고 먹어야 할 듯싶다. 칼질이 서툰데 손가락을 다치지나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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