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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06 만 원

by blank_in2 2017. 11. 7.

 편의점을 들렸다. 얼마 남지 않은 현금인출카드에 남은 현금을 뽑기 위해서였다. 카드에 남은 현금은 총 2만 8천 원. 만 원 단위로만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2만 원을 인출했다. 당장 필요한 돈은 오천 원이지만 만약 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거나 했을 때 1,200원이나 하는 수수료를 두 번씩이나 쓰기 싫어서 그냥 한 번에 2만 원을 뽑았다.


 만 원짜리 한 장으로 담배 한 갑을 구매했고, 남은 오천 원과 만 원 한 장을 오른쪽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지퍼를 올렸다.


 그런데 왜 그날따라 짐이 많았던 걸까. 바지 왼쪽 주머니에는 이어폰이 들었고 오른쪽 주머니에는 이어폰을 꽂은 핸드폰이 있었다. 겉옷 오른쪽에는 현금이, 그리고 왼쪽에는 담배와 라이터가 있다. 쓸데없이 짐이 많다.


 자전거를 타고 메가박스를 향하다 바지에 넣은 핸드폰이 잘못하면 빠질 것처럼 보여 상의 주머니로 옮겼다. 그리고 메가박스에 도착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까지 좋았다. 아니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 앞 정류장까지는 괜찮았다.


 그다음이 문제다.


 현금이 들어있던 주머니가 열려있는 게 아닌가. 왜지 내가 뭐 때문에 이쪽 주머니 지퍼를 연 것일까. 불안하고 긴장되는 마음에 손을 짚어 넣었는데 망했다. 지폐가 한 장밖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다 뒤져보았지만, 주머니에는 오천 원짜리 지폐 한장 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가난해서 우울해 미칠 지경인데 만 원짜리가 한 장 없어진 것이다. 너무 허탈해서 화도 나오지 않더라. 그저 행여나 금방 떨어트린 것은 아닐까. 다시 자전거 정류장으로 한번 걸어가 보지만 찾을 수 없었다.


 12시 40분쯤을 지나가는 추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메가박스에 출근하기로 가면서 떨어트린 것인지. 아니면 퇴근하면서 떨어진 것인지 오른쪽 현금 주머니 자크가 왜 언제 무엇 때문에 연 것인지 알 수 없다.


 그저 한숨만 나오고 부주의했던 내가 싫을 뿐이다. 월급날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고, 돈이 필요한 곳은 너무나도 많은데 돈은 없다. 내 만원이 부디 좋은 사람에게 갔으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더라. 


 최근에 친구도 기차에서 지갑을 두고 내려 현금 3만 원가량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고 참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그 못지않은 바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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