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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경수필 - 25살 어린이

by blank_in2 2017. 11. 7.

 힘겹게 계단을 올라왔다. 문 앞에서 손으로 현관문 도어락을 올리고 천천히 비밀번호를 누른다. 번호를 누르는 손가락은 힘이 없어 덜덜 떨리는데, 번호를 눌릴 때 나오는 버튼음만 이상하리 경쾌하게 들린다. 헛웃음이 나온다.


‘띠 띠 띠 띠 딱!’ 비밀번호를 누르고,


‘탁!’ 도어락 덮개를 내렸다.


그리고는 현관문이 열렸다. ‘띠로링’ 또다시 밝은 음이 나를 반긴다.


 두 사람이 동시에 드나들 수 없이 숨이 턱 막혀오는 좁은 현관, 오로지 일방통행만이 가능한 그곳에 신발을 벗었다. 구두 한 켤레, 슬리퍼 한 짝 그리고 방금 벗은 운동화로 현관바닥이 꽉 차버렸다. 값싼 원룸 방이 이렇지 뭐.


 새벽 3시 41분을 가리키는 핸드폰을 이불 위로 던져놓고는 부엌이라 할 것도 없이 침대 앞 싱크대로 향했다. 장시간의 일로 똑바로 서 있기가 힘들다. 그래도 싱크대에서 손을 깨끗이 씻고 입을 헹구었다. 한번 헹구고 또 헹구고, 입안의 담배 냄새가 빠질 때까지 계속해서 헹구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 23살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으니 담배를 피우는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담배 냄새가 역겹다. 그러면서도 담배를 놓지 못하는 내가 싫다. 나도 내가 이렇게 담배를 계속 피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한동안 피우다 말겠지 싶었는데 어느새 없으면 안 되는 생필품이 되었다. 부정하고 싶다. 인정하기 싫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무릎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자 담배 냄새 지우기를 멈추고, 의자에 걸터앉았다. 서서히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지고, 긴장이 풀린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냈음에 손뼉을 친다.


 담배가 가져다주는 몽롱한 기분과 피곤함, 고단함, 역겨움이 한데 섞여 온몸을 휩싸 안는다. 그러면 나는 힘이 빠져들어 건전지가 다 되어버린 장난감이 되어 물을 한 모금 들이킨다. 여유가 있다면 가볍게 맥주 한 캔도 좋다.


하지만 내일도 일 하러 나가야 하기에 맥주는 포기한다.


 피곤함을 생각한다면 바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대로 잠들긴 아쉽다. 항상 불만이 많다. 의자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 속에 빠질 때면 원하는 게 많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하면 할수록 초라해 보이는 자신을 견딜 수 없다.


 이 나이 먹도록 뭐 하나 제대로 한 것 없어, 내 인생이라는 길이 있다면 그 앞으로 한 발자국조차 내딛지 못하지 않았나 싶어 불안하기도 하다.그렇게 하루를 또 후회하고, 자책하며 쓸쓸함과 자괴감에 잠긴다.


 누가 그러더라 우울의 원인을 찾지 말라고, 당신이 우울한 원인은 돈이 없어서이다. 참 맞는 말이다. 더는 가족들에게 기대기에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당장 생활을 하려면 부모님께 아직도 손을 내미는 모습이 이렇게 창피할 수 없다.


 나에게 있어 내일은 무엇일까.


 아무런 노력도 없이 내일이 달라지길 바란다면 그 사람은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노력을 하는 사람의 그 내일은…. 더 나아질까.


 자신감과 의욕이 넘쳤던 그 시절과는 달리 지쳐서 나태해지고, 병들어 약해 져버린 내 자신. 현실은 너무나 힘들다.


오늘도 방바닥에 이불을 펼치고 반듯이 누워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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