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지만, 오늘은 달랐다. 사실 일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내가 아르바이트생들 중에서 막내였기 때문이다.
(나이가 아닌 근무 일수로 계산했을 때)
내가 막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전부 나보다 선임인 셈이다. 당연히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일을 잘하고, 내가 모르는 것이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을 때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고된 일로 몸이 힘들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지탱을 해주는 선임들이 있어 아르바이트를 수월하게 했다.
그러나 내가 메가박스에서 일한 지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나가고, 자연스레 신입크루가 들어왔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막내에서 벗어나 그들을 교육하고 실전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었다.
아직 나도 부족하고 모르는 게 많은데, 신입크루들과 함께하게 되었으니 이제 나를 지탱해주는 선임의 존재가 없어져 버렸다. 물론 상시 근무하는 매니저님들이 계시지만 아르바이트생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튼,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설렁설렁 가볍게 출근할 수 없음이 슬프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일주일 근무 스케줄표를 받고서 한숨을 내쉬었던 날이기도 한데, 그게 마감 근무를 같이하는 크루 4명 중 3명이 11월에 들어온 신입이고, 내가 최고 선임자 아르바이트생으로 그들에게 업무를 배분하고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다.
앞이 까마득해졌다. 내가 오늘 마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만약에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영화관 아르바이트 특성상 한 포지션에서만 계속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매표, 매점, 검토로 나누어져 있는데, 매번 그 포지션을 번갈아 가면서 하다 보니 아직 완벽하게 숙달하지 못하고 두루두루 기본적인 업무만 할 줄 알아서 불안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무튼, 대망의 목요일 출근하자마자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마감을 시작했다. 신입크루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 가면서 업무를 분담했고, 다행히 고객님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무난하게 흘러가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심야시간대가 되자 갑자기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고, 신입 크루들은 그것을 바로바로 쳐내지 못하고 마비가 되기 시작했다. 물론 어찌어찌 마무리는 되었으나 매니저님들의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교육을 그렇게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처리를 왜 신속하게 하지 못하느냐고 신입크루들은 꾸중을 들었고, 나 또한 혼자서 일을 하려고 하지 말고 신입들 교육을 하면서 일을 잘 시켜야 한다며 꾸중을 들었다.
근 3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혼나본 적이 없었는데, 새삼 상처가 되더라. 그동안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왜냐하면, 같이 일하는 크루들 모두 나보다 잘하고 능숙하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만사오케이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나만 챙길 것이 아니라 주변을 보면서 부족하거나 못하는 것들을 도와주고 함께 해 나가야 한다.
어찌 보면 그게 사회, 인간관계의 공부라 생각한다. 솔직히 팝콘 튀기는 거나 음료 뽑는 그런 게 내 인생 전체를 보았을 때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아마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것에 반해서 동료들과 같이 업무를 잘 수행하는 그런 능력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단순 시간만 보낸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나도 힘들고 나를 고용한 회사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이왕 하는 거라면 당연히 돈도 벌고, 그 안에서 나를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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