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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10 보드 게임

by blank_in2 2017. 11. 13.

 부산에서 친구가 놀러 왔다. 같은 대학교 동기로 그 애는 벌써 졸업한 지 오래다. 올해 2월에 졸업했으니 여자애치곤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럽기만 하다. 학생인 게 더 좋지 않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3학년 2학기에다가 채워야 할 학점을 수두룩하게 남아있는 나로서는 졸업은 꿈과 다름없기 때문에 졸업한 친구가 부럽다.


작년같이 학교에 다닐 때 나도 기숙사에 살았고, 친구도 기숙사에서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같이 밥을 먹거나 수업을 듣곤 했었는데,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그때가 참 좋았었는데, 동기들도 많았고 학교 다니는 게 재밌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제각각 취업과 미래에 대한 준비로 바빠 학교에서 내 동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나보다 한 학번 높은 형들도 있고, 바로 아래 학번의 동생들도 있어서 같이 어울리면 된다지만 마음이 그렇지 않다. 작년보다 취업에 대한 걱정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들이 더욱 커졌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다.


 단순 즐기면서 적당히 학점을 받으며 놀자는 마인드를 지니기엔 내가 나이를 너무 많이 먹은 듯하다. 어쨌든, 그렇게 2월에 졸업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가 내일 있을 결혼식 때문에 하루 일찍 창원에 놀러 오기로 해서 점심때 잠깐 만나기로 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나랑 별로 친하지 않은 대학 동기이다. 내가 군대에 갔을 때 전과해서 온 친구이기 때문에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일찍 친구가 창원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상남동에서 밥을 먹기로 했지만 바로 가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카페를 가기로 했다. 보드게임 카페이다. 그저 수다만 떨기에는 지루한 감도 있고, 또 내가 워낙 게임을 좋아해서 보드게임이라면 환장하는 것도 있다. 그렇게 내랑 부산에서 온 동기랑 또 친구 한 명해서 총 3명이 보드게임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음료를 주문하고는 바로 게임 선택. 그날 우리가 했던 게임은 다빈치 코드, 테트리스, 할리갈리, 루미큐브 등 온갖 게임을 가져와서 신나게 했다. 예전에 해본 게임들이긴 하지만 오랜만이라 규칙이 생각이 안 나서 설명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우리끼리 대충 규칙을 만들어서 하기도 했다. 거의 한 게임당 3판씩 하고 2번을 먼저 이기는 사람이 승자다.


 물론 걸린 게 없기 때문에 승자라고 해서 무슨 상품이니 혜택이나 커피값 계산 등의 내기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이겼을 때가 짜릿함이 있다.


 (동기 여자애가 게임 이긴 게 그렇게 좋냐면서 애라고 놀리기도 하더라)


 마지막으로 해던 할리갈리는 대박이었다. 오른손은 귀를 잡고 남은 왼손으로 카드를 한 장씩 뒤집는 데 정말 빠르게 진행되면서 단 0.1초가 아주 중요하다. 다급한 마음에 왼손으로 종을 치기도 하고, 손이 겹쳐져서 손톱에 긁히기도 했다.


 25살 먹은 아재와 사회인으로 구성된 세 명이 보드게임을 했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역시 아직 마음만은 나이를 덜 먹었나 보다. 부르마블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거의 1시가 다 되어가서 점심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포기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점심은 수제 햄버거집에 가서 버거 세트를 먹었고, 후식으로 커피도 한잔했다. 소화할 겸 동전노래방에 가서 무려 오천 원치나 노래도 불렀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가오더라.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은 여전히 좋았고, 같이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 계속해서 이렇게 놀고 싶지만 그럴 순 없다. 모두 다 알고 있듯이 이젠 그럴 나이가 아니다.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고, 제일 큰 문제는 돈이다. 연애나 공부, 게임, 취미, 뭐든 간에 돈이 필요하기에 지금은 매일 매일 놀아선 안 된다. 오늘같이 한 번씩 노는 것은 괜찮지만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사실 한 번씩 노는 것도 안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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