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메뉴판을 누르면 왼쪽 아래에 프로그램 항목들이 뜬다. 그중 제어판을 클릭하고 '프로그램 삭제' 항목을 눌렀다. 그러면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들이 모두 보이는 창이 하나 뜨는데 그것 중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지웠다. 평상시 노트북 용량이 부족하지 않아도 컴퓨터에 불필요하게 설치된 것들을 지우기 위해서 자주 이용하는데, 오늘은 노트북에 단 하나 깔린 게임을 지우기 위해 '프로그램 삭제'에 들어간 것이다.
간간이 시간을 잠깐 보내기 위해서 시작했던 스타가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고 느껴 지우기로 한 것이다. 예전에 스타를 하기 전에는 바둑을 한다고 해야 할 것들을 미루곤 했는데, 최근에 친구랑 스타 밀리 대전을 하거나 유즈맵에 푹 빠져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안 그래도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데 공부에 집중하지는 못할망정, 게임에 시간을 너무 쏟아부어 문제였다.
그렇게 몇 달간 정들었던 스타크래프트를 지우고, 핸드폰에서도 몇 개 깔렸던 틀린 그림 찾기나 낱말 퍼즐 같은 게임 앱을 삭제했다. 물론 이런 행동을 한다고 해서 내가 자투리 시간이나 평소 게임을 하던 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지우지 않은 것보단 나으리라 생각한다.
블로그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 운영하려고 다짐했던 것과는 벌써 큰 차이가 벌어졌다. 목표했던 바와는 한참이나 멀어져 버려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이다. 물론 개인의 사정이란게 있겠지만 언제나 그런 핑계를 들어주다 보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아니 과거의 현실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벌고, 연애도 할 수 있는 만능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 포기하지 않고서는 다른 곳에서 이뤄낼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아주 예전부터 알았던 사실이지만 작은 유혹에 벗어나지 못해서 아직 이 모양이다. 부끄럽게 생각한다.
자취하면서 부터 느꼈는데, 아니 스무 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 알았는데 돈이 정말 중요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개인의 소망 및 비전, 꿈과 같은 것에 있어서도 돈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아주 사소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단순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도 생각해야 할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집 냉장고에서 항상 꺼내먹을 수 있었던 김치도 당연한 게 아니다. 자취하면서 라면과 같이 먹으려고 냉장고를 열어보면 김치는커녕 단무지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달걀도 당연히 없다.
삭제해야 할 게 많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삭제해야 하고, 여행가기로 계획했던 것들도 삭제해야 한다. 심할 경우에는 나의 취미를 위한 시간도 강제 삭제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삭제에서 끝나서도 안 된다. 삭제된 그 공간에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거절당하면서 떨어졌던 자존감도 올려야 되고, 가장 중요한 돈도 벌어야 한다.
20대 중반 아직은 철없고 뛰어놀고 싶은 나이지만, 시기를 놓친 철새들이 살아남지 못하듯이 시기를 잡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고 낭비한다면 나에게도 미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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