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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17 그때 그 시절

by blank_in2 2017. 11. 18.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3일의 휴식이 끝났다. 금요일인 오늘은 다시 아르바이트 하는 날이다. 이번 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메가박스 마감조 인원이 늘어난 탓에 주 5일을 일하던 내가 주 3일을 일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월요일에 출근하고 무려 3일 만에 출근하려다 보니 조금 낯선 느낌도 있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 최장기로 휴무를 했다가 출근하는 것이라 괜히 일을 다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도 살짝 있었다.


 하지만 그건 괜한 기우였다. 출근하고 복장을 갖춰 입고나니 하나의 시스템처럼 입력된 업무가 하나하나씩 떠올랐고, 까먹었다고 생각했던 포스기 조작법도 화면을 보자마자 다 떠올라 업무에 지장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안빈낙도의 선비처럼 지내던 날이 너무나 편안했던지 출근하기 싫은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괜히 어물쩍 거리고 빈둥거리는 몸뚱어리에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항상 바쁘게 지내다 보니 무료함을 느끼기도 했다. 매일 7시면 출근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그동안은 저녁도 안 먹고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니 그게 얼마나 다른가. 금요일에 출근하는 게 확실하면서도 괜히 한 번 더 출근 스케줄을 확인해 보고 출근하는 게 맞구나며 혼자 중얼거리며 샤워만 15분은 넘게 했다. 밍기적 밍기적 거리며 옷을 주서입고는 밖을 나서니 거리는 언제나 활기차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하호호 거리며 걷는 무리. 거기에 나만 동떨어져 섬에 있다 나온 기분이다.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내가 저 무리에 끼어있을 땐 좋았는데, 무리에 나와서 보니 왜 그리 시샘이 나고 부러운지 견딜 수 없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도 저들처럼 놀고 웃으며 거리를 활보했건만 지금의 나는 왜 이 모양이냐면서 그저 자책하기 바쁘다. 괜히 스스로 꾸짖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내 나이 또래는 다 그런데 나만 심장이 무뎌지지 않고 여린 탓인지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부럽고 또 부럽다. 


 지금 사는 자취방의 위치가 학교에서 5분 거리다 보니 수업 듣는 학생들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고 그들이 힘겨운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얼마나 빛나 보이는지 매번 그 모습을 보자니 견디기 힘들 수밖에. 예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휴학했을 때에도 왜 학원이나 공부방에 들어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바깥의 유혹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다 같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학원이나 공부방과는 달리 혼자서 자취방에서 인터넷 강의을 듣고 독서실이나 도서관을 다녔던 나는 주변 떠들고 노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밖에 없었고, 매번 그 모습을 보자니 내가 힘들었다.


 참 추억이고, 그리운 시절이다. 정말 어쩔 수밖에, 뭐할 수밖에 없던 나날들이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이라 했던가. 무덥고 습하던 여름을 지나 살랑거리는 시원한 바람에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걸까. 하지만 가을이라기엔 벌써 겨울 못지않게 밤바람이 차다. 시리운 발과 떨리는 몸이 혼자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나에게 여유가 없다는 걸 안다. 누구를 만날 시간과 돈 그리고 마음이 없음을 더욱더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혼자는 외롭다.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갈 수 없는 내가 더욱 비참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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