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 사회를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만 하더라도 혼자서 해결하기란 만만치 않다. 거창한 얘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냥 평생을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만남은 오래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니면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음이 쓸쓸한 생각이 들어 글을 남긴다.
어릴 적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아니면 더 옛날 옆집 형, 누나, 동생, 친구들과 만남으로 세상이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별을 겪는다. 이제는 만남과 이별이 무뎌질 만큼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나서 인연이 무덤덤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다들 그럴 것이다. 무언가의 목적, 의도를 위해 만나기도 하고 아무런 기척이나 연 없이도 반가운 만남이 있기도 하다.
메가박스에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이 들어왔다. 큰 회사인 만큼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나가지만 마감 조에서 같이 일하게 되는 사람들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이다. 매번 같은 시간대에 만나 같이 일을 하고 같은 것을 공유한다. 서로 잘 맞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툴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서로 무덤덤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는 것도 있겠다.
오늘의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 5시경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다. 별로 친분이 있다거나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연락이 온 것이다. 그런 뜻밖의 경우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 사람을 통해서 평소와 같은 하루가 조금은 새로워진 것이다. 여유를 부리며 행동하다가 갑작스러운 약속에 후다닥 샤워를 하고 옷을 챙겨 입는다.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면서 왜이렇게 마땅한 옷이 없는지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도 난다. 평화롭던 여유가 깨져서 그런걸 수도 있겠다.
겨우 옷을 추려 입고는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고 그 사람이 행여나 많이 기다리진 않을까 급하게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약속 장소에 다다라서 만나 인사를 했을 때 얼마나 반가운지 그 사람은 알지 못하겠지. 멋쩍은 웃음과 인사를 한 후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별 대단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아니다. 그냥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 어떠한지 등의 가볍고 사사로운 담소를 주고받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한 30분에서 40분 정도 지났을까. 나도 아르바이트를 가야 했고, 그 사람도 일이 있기 때문에 카페에 오래 머물 수는 없는 상황. 따로 다음에 만나자고 약속을 기하지는 않고 자리에 일어섰다.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서로의 관계를 다독이는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가벼운 만남에 즐거워지는 하루였다.
비록 무척이나 추워진 날씨에 거리를 걸어 다니며 추위에 벌벌 떨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씩 이러한 만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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