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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Assassination, 2015) 몰랐으니까... 해방이 될지 몰랐으니까

by blank_in2 2017. 11. 20.


  • 액션,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39분

  • 2015. 07. 22 / 관객수 1,200만 기록(박스오피스 기준)

  • 감독 : 최동훈

  • 출연 : 전지현(안옥균), 이정재(염석진), 하정우(하와이 피스톨), 오달수(영감), 조진웅(속사포)


<도둑들>에 이어 또다시 천만을 넘긴 <암살>, 그리고 최동훈



 앞서 영화<도둑들> 리뷰에서도 한 번 다루었던 최동훈 감독, 그는 <범죄의 재구성>으로 한국에서 일약 흥행감독으로 오른 인물이다. 그가 감독한 영화 <타짜>, <전우치>, <도둑들> 등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이번 <암살> 또한 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이제 최동훈 감독을 흥행 보증수표, 흥행 메이커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최동훈 감독만 영화는 '케이퍼 필름', '캐릭터 무비'로도 유명하다. 많은 인물에게 특별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것을 조율해 나가서 멋진 조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이번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시대가 달라졌다. 일제강점기를 바탕으로 한 최동훈 특유의 장점이 녹아든 영화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과 맞서 싸우며 펼쳐지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움직인다. 최동훈 감독은 이 캐릭터 하나하나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을 역사를 보여준다. 이를 두고 어느 기자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 저글링을 한다고 표현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액션과 사실처럼 되살려낸 시대 배경 세트에 순제작비로 180억 원이 사용되었다. 준비기간은 총 9년이나 걸렸다.


(여담으로 최동훈 감독은 영화 <타짜>가 상영될 때부터 <암살>을 기획하려 했다)


암살, 그 시작과 배경



 <암살>은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독립투사의 암살 작전을 다룬 영화다. 좀 더 풀어쓰자면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친일파로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 중에서 고위 간부의 암살 작전을 놓고 자신의 신념을 갖고 지내다가 맞닥뜨리게 되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

 <암살>은 시대에 투신한 독립투사를 통해 그 당시의 암울한 사회와 이에 맞서 싸우는 고통, 투쟁 등을 보여주어 관객들이 강한 여운을 가지게 한다. 


 이런 청부살인과 같은 암살이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작은 1910년 8월, 한일합병조약으로부터 비롯됐다. 이 조약에 의해 대한제국은 멸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식민통치로 민족이 아픔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대로 참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극 중 등장하는 염석진은 1911년 총독 암살을 시도하고, 속사포는 신흥무관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 1920년에 안옥균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청산리대첩도 있다. 영화에서는 일제 통치가 절정으로 치닫기 시작했던 1930년대를 다루고 있으며 역사책에서는 이때를 '민족 말살 통치기'라 적혀있다.


(만주 등지에 독립군의 활동이 활발했으며, 임시정부도 존재했다. 이들은 독립을 위해, 미래의 후손들에게 온전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8.15 해방까지 목숨을 걸고 싸웠다)




"야 3천불, 우리잊지마~!"



 극중 오달수가 안옥균에게 한 말이지만 사실 관객들을 향한 말이다. 또 이 외에도 


"알려줘야지... 우리는 끝까지 싸우고 있다고."나 

"잊혀지겠지요.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직접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당시 우리가 겪었을 치욕과 고통,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거의 잊고 지냈었던 독립군의 이야기를 최동훈 감독이 전하려 한다.


 조국이 사라진 시대, 시대의 비극 속에서 신념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었다는 최동훈 감독, 이 이야기의 시작은 이름 없는 독립군들의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또한, 1932년 천왕 암살 시도나, 윤봉길 의사의 도시락 폭탄 의거 등 묵직묵직한 사건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1932년 3월에 있었던, 조선 총독인 일본 육군 대장 우가키 가즈시게 장군의 암살 작전을 다루고 있다.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GV에서 최동훈 감독은 독립군 3명이 경성에서 2명의 요인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받고,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김구 선생과 김원봉 등의 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가상의 인물로 이들은 독립운동가들의 의거와 활동들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유명한 독립군인이나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무명의 독립군을 주인공으로 세운 것에는 교과서에 실리지도 않은, 이름도 모를 무명씨들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표절 논란과 고증 오류?!


 

 소설가 최종림이 영화 암살의 내용이 자신의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의 내용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었다. 영화 <암살>의 안옥균이 여성 저격수라는 점과 김구 선생이 암살단을 보내 일본 요인과 친일파를 제거하라는 점이 표절이라는 것이다. 끝내 소설가 최종림은 2015년 8월 100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단순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는 사람이 다수였다.


 역사를 다룬 영화다 보니 고증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은 고증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고, 정말로 1930년대의 경성과 상하이를 그대로 재현한듯한 세트와 배경을 보였다. '미츠코시 백화점'은 정말 사실적이다.

 하지만 극 중에 등장하는 태극기와 욱일기 모양이나 인물, 총기 오류가 간간이 있긴 하다.


광복 70주년, 광복절에 천만 돌파! 



 놀랍게도 8월 15일 광복절 오전 8시를 기준으로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암살>이 일제와 친일파에 맞서 싸운 독립투사들을 소재로 만든 영화인 것을 생각하면 큰 의미가 있다. 


 최동훈 감독의 신나는 오락영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 있겠지만 감동과 메시지가 가득한 영화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영화가 끝났음에도 기억에 오래 남아 많은 생각을 전해준다.


 특히 염석진의 말이 와닿는다. "해방 될 줄 몰랐다." 그도 처음에는 친일파가 아닌 독립을 위해 앞장선 인물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30년이 지나도 해방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자포자기한 것이다. 

 그런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일제의 식민 통치에 순응하지 않고,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독립투사들. 우리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