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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22 반주

by blank_in2 2017. 11. 30.

 밥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술을 반주라고 한다. 식사할 때나 식사 전에 술을 한두 잔을 마셔서 약간의 취기와 함께 식욕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반주를 하기에는 알맞지 않은 날 이였음은 알고 있다. 하지만 멍청한 몸뚱어리와 머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눈앞의 술을 거부하지 못한다.


 어저께 과음을 하고선 아침에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벌써 낮 12시가 지났음에도 제 기능을 찾지 못하는 몸이 휘청거리는 게 느껴졌다. 회복이 이렇게 더디어서야 어디 20대라고 할 수나 있을까. 친구에서 1:1비율의 소맥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과음이 심해졌다. 단순 소주나 한두 병 마셨을 때는 괜찮았는데, 소맥을 말아먹고 나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역시 술은 해롭다.


 깨질듯한 머리와 근육통으로 쑤시는 몸을 겨우 의자에 앉히고, 해장을 위해서 밥을 시켰다. 항상 배달 앱에는 먹고 싶은 것들이 가득해 사람을 우유부단하게 만든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먹고 싶고, 하지만 오늘은 다 필요 없고, 그냥 짬뽕에 볶음밥을 시켰다. 신속한 배달과 해장에 이만한 것은 없으리라. 물론 혼자서 2개를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으나, 하나만 배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20분 만에 도착한 음식을 흡입하며 점점 기운을 차리고 있다고 하고 싶으나 어지러운 머리는 여전하다. 망할 놈의 술 다음에는 절대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사실 이번 주 일요일에도 술 약속이 잡혀있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게다가 8시에는 메가박스로 아르바이트를 가야 하니,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영화를 보기로 친구랑 약속해놓은 상태라 빨리 기운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어제 술만 먹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제 없었을 터인데, 숙취로 항상 고생하면서 이런 짓을 반복하는 내가 정말 바보다. 아무튼, 3시까지 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평소라면 자전거를 타고 가겠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어 택시를 탔다. 이번 달만 하더라도 택시를 너무 많이 탄 것 같아 돈이 너무 아깝다.


 그래도 무사히 3시에 메가박스에 도착해서 친구랑 영화를 봤다. 근데 친구가 조금 늦는 바람에 3시 영화인 '해피데스데이'를 보지 못하고, 3시 반에 오늘 개봉한 '꾼'을 보게 됐다. 거의 '나나'보는 재미로 영화를 보다가 마지막 반전에 조금 놀라긴 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것이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니 벌써 밖은 어두워져서 곧 아르바이트를 해야한다는 불행이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몸은 숙취에 피곤함을 느끼고, 정신도 마찬가지다. 친구가 내 덕에 영화를 잘 봤다며 밥을 사겠단다. 조금 위로가 됬다. 유명한 고깃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는데, 학교에서 공부하던 친구도 한명 내려와 세 명이서 같이 밥을 먹게됬다. 


 영화 보고 기분이 좋은 친구와 학교에서 공부한다고 이래저래 스트레스 많이 받은 친구, 그리고 마지막 숙취에 괴로워하는 나. 이렇게 세 명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주와 맥주를 시켰다. 아르바이트까지 1시간 30분 남았는데...


 그래도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딱 반주다. 소주 한 병과 맥주 두 병을 나누어 마셨다. 딱 알맞게 달아올랐고, 잠은 무지하게 많이 쏟아지더라. 참고 또 참아서 아르바이트를 갔다. 정말 죽을 맛이다. 게다가 아마 또 택시를 탔겠지.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돈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다. 화요일을 시작으로 없는 돈 만들어서 술을 마시고, 괴로워하고 그 여파가 수요일 목요일 아마 금요일까지 영향을 미치겠지. 후회스러운 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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