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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23 다시 치루어진 수능

by blank_in2 2017. 11. 30.

 대대적인 행사다. 시험의 대상자인 학생들부터 그 학생들의 부모, 그리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한때 그 시험을 치뤘던 대학생과 직장인들. 물론 옛날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닌 대학입학학력고사라 불렸을 수도 있겠다. 나 또한 수능을 치렀고, 그 준비과정은 결코 아름답거나 행복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수능은 큰 부담이다.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연애와 취미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은 청춘들이란 말이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단순히 학교에서만 경쟁하던 초등, 중학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등학생이 되자 전국에 있는 학생들과 경쟁을 하게 됐다. 과목 하나하나에 나의 전국 등수가 나오고 백분율이 나온다. 그리고 등급에 매겨진다. 너는 몇 등급이라고. 마치 "손님 이 고기는 몇 등급입니다~"라고 점원이 손님에게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좋은 등급,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손님은 그 고기를 사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가격도 다르겠지. 물론 대학도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지만 큰 부담감이다. 아마 어린 나이에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이 아닐까. 장난치며 놀던 유치원 때와는 다르게 초등학교에 들어서는 점수가 생겼다. 그 점수가 나를 평가하리라. 점수만 가지고 어떻게 사람을 평가하냐고 불평하지만 많은 사람이 써놓은 자기소개서를 다 읽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다 읽어본다 하더라도 거기서 소모될 그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평가는 누가 어떻게 지불하고, 공정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그 작은 네모칸안에 다 담길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담임 선생님이 적어준 학생란의 3, 4줄은 쓸모가 없고, 단순 내가 몇 등이고 몇점 이었는지가 중요하다.


 점수와 등급이 중요한 사회에서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수능은 얼마나 큰 부담일까. 물론 재시험이 가능하다지만 그것도 재정부담능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서지 단순 노력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학교를 가는 게 만사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하나 대학 졸업장이 있다고 손해볼 일은 없다.


 필사적으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수능. 그게 학생들을 옥죄여 3년을 괴롭힌다. 민감한 학생들은 6년을 고통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수능이 치러졌다. 포항 지진의 여파로 일주일이 미뤄졌다가 오늘 치러진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페이스를 조절해 오던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일정 연기에 흐름이 끊겼을 수도 있고, 제일 큰 피해를 본 포항 및 근처 지역의 학생들은 절망감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나중이 돼서야 그때를 추억하며 동기들과 술 한잔에 웃을 수 있는 안줏거리겠지만, 당장에 시험을 치른 지금은 아주 힘들었으리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수능이 있던 11월, 내가 고3이었을 당시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많이 방황했다. 독서실에 외로움에 휩싸여 아프기도 했고, 오르지 않는 점수에 화도 나고 절망감도 느꼈다. 목표했던 바와 나의 거리가 그렇게나 멀게 느껴져서 고등학생 3년의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간절하기 빌기도 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도 가끔은 그때가 생각나고, 바꿔버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준다고 해도 선뜻 나설 용기는 없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많은 것들을 다 두고서 과거로 돌아가 버리면 이 추억들이 너무나 아까워 슬프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 수능을 치른 많은 분들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수능을 치고 고사장을 나갈때 나를 안아줬던 친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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