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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간

2017. 11. 27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by blank_in2 2017. 12. 2.

  20살 이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으니 술을 먹게 된 것은 정확히 5년 정도 되겠다. 그리고 그동안 술을 마시고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한 다짐만 무려 백번은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 또 다짐한다. 이젠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최근 돈이 궁핍한 나는 친구에게 단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지금 야간에 메가박스에서 마감 조로 일하고 있음에도 아침 아르바이트를 구하게 된 것이다. 무려 9시부터 밤 6시까지 일하는 장노동의 알바다. 무슨 일인가 하니 업무가 복잡하진 않고 모델하우스에서 간단한 잡노동을 하는 일이라 크게 어렵진 않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길어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6시까지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단 20분 밖에 쉴 수가 없다. 기존에 일하던 곳에 7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한다. 그리고 8시부터 새벽까지 메가박스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게 다 돈이 없어서 그런 거라 생각하니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갚아야 하는 돈이 있고, 매달 나가는 돈이 있고, 또 나름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나의 가난은 언제쯤 끝이 날까 생각하니 답이 보이진 않는다.


 그건 그렇고 아침 9시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사는 자취방에서 적어도 아침 7시 40분에는 일어나야 간당간당하다. 그런데 어제가 문제다. 훈정이가 시험을 치고 내려와 간만에 회포를 푸는 바람에 완전히 술에 곯아떨어졌다. 보통 마신 게 아니다 .저녁 7시부터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해서 새벽 3시까지 술을 주야장천 부어 됐으니 완전히 맛이 가도 할 말이 없다. 


 머리가 아파서 정확하게 얼마나 마셨는지 술병을 세어볼 수가 없긴 하지만 4명이 맥주 10병과 소주 7~8병을 넘게 마셨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소주의 비린 맛을 싫어해 항상 소맥으로 마시다 보니 나는 거의 죽음에 가까워졌다. 


 아침 9시 출근인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내일 내가 출근할 수 있을지조차도 의문이 들 정도인데, 9시까지 먼 곳을 버스를 타고 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괴로웠다. 어제 회포를 푼 것도 좋았지만 무리한 아르바이트 일정을 잡은 나를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전 대타를 구했다. 내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4일 일하기로 했으니 월요일 오전만 대타를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힘들 게 힘들게 부탁하여 월요일 오전을 대타를 세우고 나는 아침에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겨우 샤워하고, 버스를 탈 자신은 도저히 없어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돈 벌려고 가는 곳인데 오히려 돈이 깨지는 이 기분. 참 바보 같다. 멍청한 나를 욕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간신히 모델하우스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하는데, 업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신입 3명이 들어와서 여유로운 스케줄을 보였던 메가박스 근무일정표가 신입 2명이 퇴사를 하게 되면서 완전히 빡빡해져 버린 것이다. 이런 젠장. 월화수목 4일을 모델하우스에서 일하고 월화목을 또 메가박스에서 야간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1시 반에 잠들어 7시 40분에 일어나 모델하우스를 가고 6시에 마쳐 집에 도착하면 7시 또 8시에 메가박스에 아르바이트가 있으니 빠르게 저녁을 먹고 출발. 그렇게 메가박스에서 일이 마치면 적어도 12시 30분, 집에오면 1시, 씻고 누우면 1시 반이다.


 이것을 3일 연속으로 해야한다. 완전히 미쳐 돌아버리기 직전. 게다가 일요일에 마셨던 숙취는 월요일까지 지속되고, 또 연속된 아르바이트로 누적된 피로가 쌓게 몸살이 났다. 보일러를 틀고 누워도 춥고 아주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몸이 덜덜 떨리는 데다가 힘이 나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몸은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프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차마 내가 부탁한 일을 안가겠다고 할 수는 없어서 억지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사고능력이 뛰어나다는 인간. 나는 인간이 아닌 걸까. 왜 이리 무리를 하고 바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나이를 먹어서 뭘 배웠냐!! 똑바로 그리고 좀 제대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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