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하나하나가 다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티스토리 블로그 일기장에 남긴 글 제목들만 봐도 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느끼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있다. 11월에 목표한 바도 있었고, 또 예상치 못했던 일들과 아픔,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12월을 바라보고 있다. 단 몇 시간, 몇 분이 지난다면 이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11월이 끝이 난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날짜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경계선이 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일 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끝으로 나의 25살은 끝이 난다. 뭔가 20대의 경계선이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20부 후반으로 넘어온 느낌이다. 나에게 더이상 젊음과 청춘을 느끼기 보다는 사회와 정치 그리고 늙음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이젠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수 없는 나이. 이제 와서 왜 새삼스럽게 그리 청승을 떠느냐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게 이리 서럽고, 슬픈지 거리에 보이는 젊은 청춘이 부럽고 또 부럽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나도 한창일 때가 있었지 하는 게 안타깝다.
앞을 향해 걸어가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처량한 내 처지가 더욱 외롭고, 비참하게 보이다. 게다가 돈이 없으면 우울하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 말이 아주 공감된다. 이번에 모델하우스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준 석현이가 퇴사했다. 갑자기 내 주변에 퇴사자가 많이 보여 우습다. 아마 모델하우스 특성상 분기별로 아주 바쁜 때가 있으면 또 아닐 때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1년이나 일한 석현이도 일이 없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원래는 12월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한 달이나 빨리 나가게 되었으니 석현이도 많이 당황한 모양이다. 갑자기 단기 한 달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어디 쉽겠는가. 또 11월 1일에 들어왔던 메가박스 아르바이트 동생도 원래는 내년 3월 개학하기 전까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달 만에 그만두게 되었으니 원래 준비했던 계획하고는 많은 차질이 생겼음이 분명하다.
사는 게 만만찮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것을 견뎌내기는 힘들다. 유치원 때부터 사회생활을 배우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몇 년을 공부해 왔음에도 사회는 어렵고 녹록지 않은 곳임을 깨닫는다. 학교가 제일 좋았다. 학생때가 제일 좋은 때이다. 라는 말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의 구속에 반항심과 짜증이 많으 들긴하나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라 본다.
오늘 처음으로 새벽 1시가 넘어 2시에 집으로 왔다. 월말 정산이 처음은 아니지만 직접 계산하는 건 처음이라 일이 더디기도 했고, 또 오늘따라 메가박스에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 마감이 더 늦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집까지 차를 태워주는 덕분에 손을 시리며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우울감, 비굴함, 서러움, 불안감 등에 힘든 노동까지 쌓여 오늘을 버티기 위해 마감 아르바이트생 3명이 늦은 시간에 술집을 찾았다. 3시가 마감인 치킨집을 들어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술을 시키고, 푸념을 털어놓는다. 물론 좋은 일도 있고, 웃으며 떠드는 즐거움도 있지만 맨 마지막에 남는 것은 항상 쓸쓸함이 가장 크다.
단순 여자친구나 내 옆에 누가 없어서가 아닌 불투명한 나의 앞길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막연히 1년 뒤의 나는 몇 년 뒤의 나는 훨씬 더 나아졌기만을 희망하며 오늘 하루도 추운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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