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각종 sns로 핸드폰이 조용할 날이 없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니, 사진을 게시했니 떠들어 대는 알림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다. 그래서 계정이란 계정은 다 비활성으로 바꾸고, 알람이 울리는 어플은 다 삭제했는데, 카카오톡만은 삭제하지 못했다. 그것마저 지워버리면 친구들과 연락하기가 너무 불편하니까.
“뭐야... 연락 올 때도 없는데”
귀찮으리만큼 울리는 핸드폰에는 친구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핸드폰 잠금화면을 풀고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최근 페이스북을 지운 나를 위해 친절하게도 페이스북 화면을 캡쳐해서 사진으로 보내준 것이다.
“뭐지?”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서 확인해 봤다. 자세히 보니 친구가 내 계정 페이스북 담벼락에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메시지 내용일랑 아래와 같다.
“야 민교 왜 수업 안 와”
그 밑에 줄줄이 달린 댓글들 또한 가관이다.
“7일 차 결석인 민교 선수, 10일 차 까지 달리나요?!”
적잖게 당황했다. 저기요. 저 엄마하고도 형하고도 그리고 아빠하고도 페북 친구란 말이야. 내가 학교 안 가는 걸 들킬까 봐 노심초사했다. 행여나 부모님이 이걸 보면 한소리 할게 뻔하니 말이다.
'이건 뭐, 학교 안 간다고 만인에게 공개하는 것도 아니고 뭐람'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라. 은둔형 외톨이처럼 집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깐. 정확히 말하지면 수업엔 안 갔지만, 학교는 갔다. 무슨 소리냐고? 우습겠지만 남들이 다 퇴교하는 시간에 학과 회의실에서 동기들과 술판을 벌이로 가기도 했고, 아니면 각종 학과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 술을 마셨다. 그 밖에도 선배들과 농구 한판 하기위해 학교까지 간 적도 있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아침에 학교에 간 걸로 알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아침 일찍이 출근하시기 때문에 집엔 나 혼자 남아 감시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는 아점을 먹고, 느지막이 샤워를 한 다음 저녁 6시쯤 어머니가 퇴근할 시간을 맞춰 버스를 타고서 학교로 간다. 어느새 학과에선 유명스타가 됐다.
“야 민교 너 뭐야?!”
지나가다 마주친 누나가 깜짝 놀라 묻는데, 웃음으로 무마하고 지나쳤다. 수업 좀 빼먹는 게 뭐라고
“민교 너 이새끼, 학교를 뭔 생각으로 댕기냐”
같은 수업을 듣는 내 동기들은 나를 비웃는다. 하지만 별 여의치 않는다.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받아친다.
“조까라. 내 자체 휴학한 지 오래다.”
“???”
내 인생 통틀어 보면 가장 방탕한 생활을 했던 날들이다, 7일을 연속 방안에만 쳐박혀서 온종일을 게임만 한 적도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나 영화를 주야장천 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살도 많이 쪘고, 생활하기에 돈도 부족해져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단기 아르바이트도 자주 했다.
종일 전화기을 붙잡고 일하는 텔레마케팅부터, 아파트 외벽 검사, 길거리 전단지 배포, 시설 야간 경비 등 수많은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그러다 나중에 급여를 주급으로 주는 곳을 찾게되어 거기서 거의 일 년을 일했다. 사장님과 잘 맞기도 했고, 업무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 일한다고 느끼기보다는 그저 재밌게 놀았다고 기억한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의 급여를 주급으로 받고 나면 주말에는 무작정 떠났다. 나만의 힐링 여행이다. 먼 곳으로 갈 경우에는 금요일 밤에 심야버스를 타고 출발해서 가까운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해남, 보성, 통영, 대전, 광주 등 큰 도시·작은 도시 할 것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버스나 기차에 무작정 몸을 싣고 계획은 없다. 그저 막연한 생각에서 인터넷을 뒤적이며 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곳으로 갔다.
정해진 잠자리조차 없다. 친구가 근처 학교에 다니면 몰래 기숙사에 숨어 들어가기도 했고, 자취방에서 살면 더할 나위 없이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 받았다. 한 번은 자연스럽게 기숙사로 들어가는데 경비가 어떻게 눈치 챘는지 바로 학생증을 요구하더라. 잠깐 놀러 온 거라고 둘러대고 기숙사를 나왔다. 그날은 할 수 없이 피시방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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